한미 관세 협상 타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추후 불리하지 않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큰 틀에서만 합의된 것으로 이번 협상에서 의약품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따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의약품 관세가 타국가와 비슷한 15% 수준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내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며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제약바이오업계는 일단 초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 일정 유예기간 이후 200%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어서다. 다만, 미국은 이미 EU, 일본과 의약품을 포함한 15% 관세 합의를 마친 상황으로 한국 역시 비슷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요 의약품 수출국인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관세가 없다. 관세 부과가 확정된다면 비용 증가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바이오의약품 등은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지난해 미국 수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약 5조6747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94%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망 확보와 재고 이전 등 대응책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DS)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9일 “미국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내년 4분기부터는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출이 80%에 달하는 SK바이오팜은 관세에 대비해 미국 내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할 물량을 현지에 이미 보내면서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을 피했으며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 의약품 생산(CMO)을 위한 위탁 옵션을 마련해놨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당초 초고율 관세 부가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커졌지만 관세부과로 인한 약가 상승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