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지방으로 수요가 분산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수도권에서 시작된 매수심리 위축이 확산되며 비수도권 지역도 영향을 받았다. 침체가 장기화되며 신규 분양 단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진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
■ 지방 63주 연속 하락… 끝 모를 추락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지방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8% 하락했다. 20개월 연속 내림세로 시장 침체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8월 둘째 주 기준으로 63주 연속 하락했다.
반면 서울의 경우 상승폭은 축소됐으나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10% 올라 28주 연속 상승했다. 6·27 대책의 영향으로 상승폭은 줄었지만, 재건축·학군지 중심 매수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침체는 신규 분양 단지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월 비수도권에서 신규 분양한 16개 단지 가운데 10곳(62.5%)이 1순위 평균 경쟁률 1대 1을 밑돌았다.
일례로 충남 아산의 A 단지는 450가구 모집에 10건만 신청해 미달됐다. 충남 부여군의 B 단지는 청약 진행 결과 413가구 모집에 37건만 접수됐다.
이런 지방 시장 부진은 수도권을 겨냥한 대출 규제가 전국 청약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비수도권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미분양 아파트의 80% 이상이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며 "수도권에 비해 대출 규제·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이 적어 단기 변동성은 낮지만 지역별 수급 불균형과 경기 침체가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 아파트 모습. (사진 연합)
■ 지방 살리기 위한 정책 총동원…성과 불투명
정부는 침체된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꺼내 들었다.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했으며 세종시의 경우 행정수도 공약, 대통령실 이전 등 정부 부처를 유치하겠다는 대책을 내세웠다. 다만 정책들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지난 14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했다. 지방 부동산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세컨드 홈' 세제 혜택과 공공 SOC 신속 집행 등 56가지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세컨드 홈' 정책은 이전부터 시행했으나 그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강원도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세컨드 홈'정책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으나 외부 유입은 미미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정책을 도입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간 도내 거래건수 2만6628건 중 타지역에 거주하는 외지인 매매 건수는 6270건으로 전체의 23.5%에 불과했다. 2024년 23.8%에 비해 0.3% 감소했다. '세컨드 홈' 정책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에 구매력 높은 인구 유입을 유도해 지방 부동산을 활성화하려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최근 발표한 보강방안에는 1주택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집값 기준을 공시가격 4억원에서 9억원(시세 12억원)으로 상향하고, 기존 지역 외에 강릉, 속초, 동해, 인제 등 4곳을 추가 지정했으나 지방 시장을 살리기에는 미지수라는 평이다.
건설업계는 지방 수요 보완책을 반기면서도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번 정책은 지방 부동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해당 대책을 반겼으나 "종부세 합산 배제가 빠져있어 10년 이상 종부세 부담으로 대책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대책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신호"라며 긍정평가했으나 "정책 효과는 인구감소지역에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목적에 따라 주말농장, 별장 활용에 적합한 일부 투자유망지역에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 경우 지방수도 이전 정책에 따라 변동이 심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3월 세종시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6% 감소했으나 6월 대선 이전 양당 후보의 행정수도 세종 공약에 따라 4월(0.28%)에 상승세로 반등했다. 5월에는 1.63%로 올해 최대폭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대선 이후인 6월(0.44%), 7월(0.04%)에는 상승세가 축소되며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정부의 수도 이전 의지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위원은 "세종시는 대통령실 이전 공약 등 특정 이벤트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도보권 내 생활이 어려워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있기에 서울처럼 지속적으로 시장이 활발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 "주택은 자산 아닌 생활"…핵심은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
전문가는 일부 수요 보완책만으로는 주거 수요의 지방 분산을 이루기 어렵다며 핵심 인프라 이전을 제언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등 생활 인프라와 연결된 문제"라며 "지역 여건 개선 없이 세제 혜택만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세종시의 경우 공공기관이 이전돼도 인구 등 수요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며 "주요 명문대나 거점 국립대, 대기업 등 핵심 인프라를 비수도권으로 옮겨야 지방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