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지급 예정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국민 대상 최대 55만원까지 지급하는 이 정책에 대해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반응과 물가 상승을 부추겨 '쿠폰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란 염려가 공존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일각에서는 통화량 증가는 물가 상승을 초래,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부동산 시장 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개요. (자료=행정안전부)

■ 서울시장은 '하책', 한은 총재는 '필요한 조치'

'쿠폰플레이션'에 대한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은 "일시적으로 돈을 푸는 방법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며 "통화량 증가 비례해 주택 가격이 오르는 건 전 세계적으로 공통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비쿠폰 정책 사업비 13조9000억원 중 1조7000억원이 지방비임을 지적하며 지방 부채를 늘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지난달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추경이 0.1%p 정도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며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에 성장 기여하는 측면이 크고 물가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는 공급망이 망가져 가격이 뛰었는데, 지금은 공급을 제한하는 요소가 없어 인플레이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쿠폰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오세훈 시장(왼쪽)과 이창용 총재. (사진=연합)

■ 현금성 지원, 단기 효과 vs 구조적 한계

소비쿠폰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은 투입 예산 대비 약 30% 정도 경기회복 효과가 있다고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경우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를 끌어냈다고 분석되며, 해외 사례(20~40%)와 비교시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소비쿠폰의 경우 김미루 KDI 국채연구팀장은 "소비쿠폰의 전체 매출 증대 효과는 긴급재난지원금과 비슷한 30% 내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은 2020년 2분기 당시 민간소비를 전분기 대비 1.5%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사용처 1·2위가 대중음식점(24.8%)과 마트·식료품(24.2%)이었단 점도 해당 지원이 가계 소비를 촉진과 자영업 매출 회복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근거로 대두된다.

다만 현금성 지원의 많은 부분이 채무 상환과 저축으로 이어져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비판받는다. 실제로 2020년 5월 물가상승률이 한달 사이에 –0.2%에서 5.5%포인트(p) 늘어나 5.3%까지 급등했다. 단기적 소비 촉진 정책은 효과가 오래 지속 되지 않고 사치품 수요를 불러일으킨다는 반론도 현실화됐다.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한우 수요가 늘며 한우 물가가 10% 이상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 시장의 말대로 지방채를 비롯한 국가부채가 늘어날수록 성장률이 낮아질 위험도 지적된다.한국경제인연합회는 "국가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늘어난다"며 "등급 강등시 경제성장률이 0.58%p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내수 침체로 인해 하락한 상가 임대료가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상가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0.21% 떨어졌다. 부동산원은 "상가는 내수 침체와 폐업 증가 등으로 구조적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쿠폰이 풀리면서 매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나 임대료 인상 압력이 강해진다. 이 경우 임대료 인상분을 메우기 위해 매장 가격 인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시장동향. (자료=한국부동산원). (자료=한국부동산원)

■ "쿠폰이 집값 자극? 시장 유입 자금 제한적"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발언대로 통화량 증가가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란 점은 공감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즉각적으로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며 "4인가족 기준 100만원 수준의 소규모 여유자금이기에 즉각적으로 시장에 유입돼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