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는 다 같이 힘드니 버티기라도 했지, 지금 여기는 기약이 없어요"

신촌 지역 어느 옷가게 상인의 말이다. 그는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좀 나왔는데 요즘은 잘 안보이고 매출도 줄기만 하니 가게 유지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때 대학가 대표 상권으로 불리던 신촌 상권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 명물거리 등 대로변 상가 곳곳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 건물은 전체 층을 임대용으로 내놓기도 했다.

신촌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로변 상가는 공실이 이어져도 임대료를 낮추기보단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깔세 계약은 여럿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임대를 받는 신촌 대로변 상가들. (사진=문재혁 기자)

■ 한때 1호점 성지…신촌 상권, 왜 무너졌나

신촌 일대는 1990년대부터 젊은 세대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주변에 위치한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패션, 음식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음의 거리'였다. 스타벅스(1999년), 투썸플레이스(2002년), 크리스피크림도넛(2004년) 등 유명 프렌차이즈들의 1호점이 모두 이곳에 자리 잡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가파른 임대료 상승, 홍대·연남동 등 인근 상권의 급부상, '차 없는 거리' 정책으로 인한 접근성 하락 등이 겹치며 상권 침체가 시작됐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주요 프렌차이즈 1호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점했다.

또한 연세대 신입생의 송도캠퍼스 1년 의무 입주, 코로나 이후 온라인 소비 확산 등으로 인해 주 고객층인 젊은 유동인구가 줄며 매출이 점차 하락했다. 결국 매출 대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주변 상권으로 옮기거나 폐업을 선택했다.

이는 높은 상가 공실률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신촌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6%로 서울 평균(6.5%)의 3배 가까운 수치이다.

하지만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도 지하철 2호선 신촌·이대역, 세브란스병원, 연세대·이화여대 등 교통·의료·교육 인프라를 모두 갖춘 입지적 장점은 여전히 뚜렷하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공실을 방치하지 말고, 새로운 수요로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촌역부터 연세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연세로 대로변의 공실 상가. (사진=문재혁 기자)

■ 공급 지연에 집값 반등 조짐…대안은 상가→주택 전환

지난 5일 '주택공급 활성화방안 세미나'에서 주택산업연구원은 공급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한다면 6·27 대책의 집값 안정 효과가 3~6개월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3기 신도시 공급이 지연되는 만큼 강력한 공급 대책이 없다면 올해 4분기에 집값이 급등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산연은 이를 대비해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 건축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온라인 소비 선호·안전 문제로 노후 상가 선호도가 낮은 만큼 재건축 등 정비를 통해 주거로 전환해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식산업센터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 독신가구용 수요가 많다"며 "공실률이 높은 지식산업센터에서 일정 비율의 면적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산연 분석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아파트 주거 선호는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1인 가구의 비아파트 거주비율은 56.9%, 아파트 거주비율 29.2%로 나타났다.

비슷한 취지의 정책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는 공실 상가와 사무실 등 비주거 용도 건축물을 주거 용도로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과잉 공급된 오피스를 아파트로, 프랑스와 호주 등은 2010년부터 공실인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 중이다.

건물 전체 층을 임대으로 내놓은 4층 건물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전환 가로막는 규제의 벽…제도적 난관 다수

다만 비주거용 건축물을 주거로 용도 변경하려면 여러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주거용으로 의도하지 않은 건축물을 주택으로 전환하기에 화장실, 주차장 면적, 소방시설 기준 충족이 어렵다.

비주거용 건축물을 주거용도로 전환하는 기준도 모호해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노후 상가 재건축의 경우 임대차보호법상 제약과 임차인과의 협상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이에 대해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급주체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면 공급이 쉽게 이뤄지지 않기에 문제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공실 감소, 1인 가구 주거엔 효과적…전면 해법은 아냐"

전문가는 비주거용 건축물의 용도 변경에 대해 공실률은 줄일 수 있겠지만 공급 대책면에서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인만 경제연구소장은 "상가·지식산업센터는 높은 공실률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용도 변경이 허용되면 공실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1,2인 가구 수요를 충족해 공급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단위 주거에 적합하지 않고 대다수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근본적인 공급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