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대출 규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한선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은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민의 내 집 마련 수단인 디딤돌·버팀목 대출까지 축소되며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동시에 미분양이 장기화되는 지방 시장은 별다른 지원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 수도권엔 6억 상한 ‘초강수’…디딤돌·버팀목까지 막혔다

30일, 수도권 주담대의 최대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된다. 고소득자와 무관하게 동일한 한도가 적용되고 수도권 다주택자는 주담대가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갭투자 차단과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들었지만 이번 조치에는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 서민층 대상 정책금융까지 포함돼 실수요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2억원인 차주가 20억원 집을 살 경우(금리 4.0%, 만기 30년 상환), 기존엔 13억96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6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새 집을 사는 1주택자도 신규 주담대가 막힌다. 실거주 목적이더라도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NH투자증권 이은상 연구원은 “이번 대출 규제는 과거와 유사하지만 주담대 한도를 금액 기준으로 제한한 점이 차별화된다”며 “6억원 상한은 강남권으로의 갈아타기 수요 억제를 노린 조치로, 서울 2~3분위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수도권 내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 중하급지 분양은 늘고 중상급지는 위축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갭투자 차단’에 실수요자도 ‘불똥’…“규제만으론 가격 하락 어려워” 지적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갭투자 근절’을 위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 기존 주택을 전세로 놓고 새로 이사하려는 경우에도 주담대가 막혀 사실상 이동이 어려워졌다.

특히 수도권에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서민과 청년층의 대출 축소로 내 집 마련이 더 멀어졌다는 불만이 크다.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투기 억제를 명분 삼아 실수요자까지 희생시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 한 채 가진 실수요자에게도 6개월 내 처분과 입주를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규제만으론 가격 하락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은 공급 부족과 서울 집중화라는 구조적 문제인데 이를 외면한 규제는 실수가 아닌 정책 역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지방은 여전히 ‘거래 절벽’…“지방 위한 별도 대책 시급”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동안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5월 지방 아파트값은 전년 말 대비 0.88% 하락했다.

5대 광역시는 평균 1.26% 떨어졌다. 이번 대출 규제는 수도권과 일부 투기지역에 국한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수요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별도 지원책 없이 수도권 중심 규제만 강화되면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양도세 한시 면제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같은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거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 지방의 시장 흐름이 다른 만큼 집값 양극화 해소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지역별 맞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수도권 타깃’ 규제만으론 전국 안정 어려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균형이 관건으로 꼽힌다. 서울 과열에 초점을 맞춘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책 수단이 좁아진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의 강경책은 실수요자의 고통과 지역 불균형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소장은 “지금의 규제는 거래량과 심리를 일시적으로 억누를 뿐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않는다”며 “결국은 사람들은 규제에 적응하고 시장은 왜곡된 흐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 필요한 건 서울 집중 해소와 공급 확대 같은 구조적 해결책”이라며 “정부가 실수요자와 지역의 현실을 외면한 채 규제로만 나아간다면 그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