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사진=손기호 기자)

6.27 대출 규제 이후 도심의 매수 여력이 약해지자 실수요가 9~10억원대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6~7월 노원구 거래가 1178건으로 강남구872건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7월 서울 매매가는 0.7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심 진입 장벽이 높아진 탓에 아파트 구매자들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대출규제와 같은 수요 억제정책보다 서울의 공급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노원 1178건·강남 872건…8월도 노원 우위 지속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7월 노원구 아파트 매매는 1178건(6월 862, 7월 316), 같은 기간 강남구는 872건(6월 562, 7월 310)으로 집계됐다.

규제 이전엔 강남이 우위였다. 2월 강남 610건·노원 370건, 3월 강남 869건·노원 598건이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6.27 대출 규제 이후 추세가 바뀌었다. 대출 가능액이 '최대 6억원'으로 고정되면서 6~10억원대 물량이 많이 분포한 노원·비강남권으로 실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6~8월 강남, 노원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 비교표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표=손기호)


8월도 이날(18일) 기준으로 노원 55건, 강남 18건, 도봉 28건이 추가되며 흐름이 이어졌다. 6~8월(18일) 누적은 강남 890건, 노원 1233건, 도봉 464건이다.

노원에선 '중계무지개' 20건, '상계주공9단지' 18건, '태강' 16건, '극동건영벽산' 15건 등 주요 단지의 손바뀜이 두드러졌다. 은평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강북 'SK북한산시티', 관악 '관악푸르지오' 등 10억원 안팎 비강남 단지들도 20건대 거래를 기록했다.

대출 상한 6억원 환경에서는 15억원대보다 9~10억원대가 현실적 선택지가 되며 거래지도가 중심에서 외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도심 고가 단지는 관망세가 길어지고 있다.

■ 하남 매매 0.8%·전세 1.0%…신고가 속출에 노선 연장 기대로 수요↑

서울과 인접한 하남은 외곽 이동의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3호선과 9호선 교통호재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몰려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2주 0.14% 상승, 6월 28일 이후 누적 0.8% 올랐다. 올해 상승분(2.0%)의 38%가 대책 이후 짧은 기간에 발생했다.

실거래에선 망월동 '미사강변 효성해링턴플레이스' 51㎡(19층) 8억원, '힐스테이트 포웰시티' 84㎡ 13억7000만원 등 신고가가 이어졌다. 올해 하남의 매매 2372건의 중위 면적은 84㎡, 중위 가격은 9억원대다.

전세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2.5% 올랐고 6.27 이후에만 1.0% 상승했다. 중위 전세 보증금은 5억2500만원(84㎡)이며, 신규 계약(2323건) 중위는 5억7000만원, 갱신(2212건)은 4억9350만원이다. '감일스타힐스' 84㎡ 전세는 6억3500만원(8층)으로 2월 대비 7500만원 올랐다.

입주 물량이 적은 가운데 매수 결정을 미루는 수요가 겹치며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3호선 송파하남선과 9호선 강동하남남양주선 연장 계획은 접근성 개선 기대를 키워 수요를 자극했다. 개통 시 강남권 접근 시간 단축 전망이 매수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7월 서울 매매 0.75%·전세 0.24%↑…"대출 효과 일시적, 해법은 공급 확대"

하남에서 확인된 외곽 수요 유입은 7월 공식 통계와도 맞물린다. 서울 매매는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구매 문턱을 높였고, 대출 6억원 아래 중저가가 많은 외곽으로 매수 동선이 재편됐다.

7월 전국 주택가격은 매매 0.12%·전세 0.04%·월세 0.09%로 모두 상승했다. 수도권은 매매 0.33%, 서울은 매매 0.75%·전세 0.24%·월세 0.23%로 강세가 뚜렷했다.

서울 내부에선 성동 2.07%, 용산 1.48%, 마포 1.37%, 강남권에선 영등포 1.34%, 송파 1.28%, 양천 1.26%, 강남 1.24%, 서초 1.13%가 상승을 주도했다.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한국부동산원)

임대시장에서도 수도권 월세 0.15%, 서울 월세 0.23%로 임대료 부담이 확대됐고, 노원 전세 0.26%·월세 0.34%로 외곽 선호 지역의 임대 강세가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학군과 역세권 등 선호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전·월세 모두 상승 폭이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대출규제로 인한 수요억제는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서울의 수요 과잉과 공급 부족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3기 신도시 남은 물량과 서리풀지구 그린벨트, 그동안 발굴한 공공택지와 유휴부지에 대한 실행 가능한 공급계획을 조속히 발표하고 대대적인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일자리와 대학이 있는 지방의 활성화 등 자본과 인구가 서울로만 집중되지 않도록 수요 분산 정책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