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통계시스템)


국내 5대 금융그룹의 기업대출 규모가 내년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원화대출 규모는 가계대출 755조원, 기업대출 823조원 등 총 1605조원에 달한다.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약 68조원 많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까지만 해도 기업대출 632조원, 가계대출 709조원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더 컸지만 2022년(기업 698조원, 가계 692조원) 처음 역전됐다. 이후 2년 반 동안 기업대출은 125조원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62조원 증가에 그쳐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런 흐름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생산적 금융’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전날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생산적 금융에 향후 5년간 8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단위로 보면 내년의 경우 국민성장펀드 2조원, 그룹자체투자 2조원, 국가전략산업 대출 9.6조원, 수출입기업 대출 2.6조원 등 총 16조21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도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총 7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언급했다. 내년만 놓고 보면 국민성장펀드 2조원, 그룹자체투자 1.4조원, 융자 12.7조원 등 16.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은 아직 세부 계획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수준인 16조원 정도만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내년 5대 금융그룹의 생산적 금융 규모는 80조원을 넘어선다. 이런 흐름이 5년간 지속되면 현재 823조원인 5대 금융 기업대출 규모가 2027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한다.

가계대출 규모는 정체 또는 축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는 5대 은행 모두 당국에 보고한 연간 대출 증가 목표를 채웠거나 근접했기 때문에 주담대를 막아도 큰 영향은 없을 것”며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 흐름이 지속된다면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마다 생산적 금융에 올인하는 분위기이어서 내년 가계대출이 예년처럼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