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올리브영)
#. 지난 22일 오후 4시.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 초입을 지나자 올리브영 홍대 플래그십 매장 도보 1분거리에 전면이 유리로 개방된 직사각형 팝업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내부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구조로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체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샤워 루틴 체험 맞나요?”
입구 앞부터 긴 줄을 기다리던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순서에 따라 손에 체험 등록용 QR 화면으로 체크인을 하는 얼굴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가득하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맞춤형 샤워 케어 경험을 선보이며 샤워를 통한 뷰티 문화 선도에 나섰다. 오는 26일까지 ‘트렌드팟 바이 올리브영홍대’에서 선보이는 체험형 팝업스토어 ‘올리브영 헤바 라운지’를 통해서다. CJ올리브영은 최근 Z세대가 샤워를 단순 위생 관리에서 ‘자기관리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트렌드가 확산한다는 데 주목해 샤워를 뷰티 루틴의 확장된 단계로 제안하고자 뷰티 라운지 콘셉트의 ‘올리브영 헤바 라운지’를 기획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22일 오후 4시 매장 내부는 평일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미 체험을 마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행과 함께 방문한 사람도 있었지만 혼자 체험을 신청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 출입 연령대는 20~30대. 남성 방문객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예전엔 샤워가 그냥 씻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하루를 리셋하는 시간”이라며 “모발과 두피, 바디까지 루틴을 나눠 관리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퍼스널케어 체험 수요 증가하고 있다"며 "헤어·바디 제품은 고민별로 선택 기준이 다른데 매장에서는 사용감과 향, 순서를 충분히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실제 사용 경험을 돕는 체험 공간이 필요했다”고 이번 팝업의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 K-뷰티 ‘욕실 카테고리’로 확장되는 K-뷰티, 외국인도 관심 집중
헤바 라운지 직원이 원하는 피부타입 고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입구에서 점원들이 고객 손에 쥐어 준 것은 예상했던 쇼핑 바구니가 아닌 ‘샤워 루틴 진단표’. A4 용지 크기의 이 카드는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두피 건조·각질·유분 과다·냄새 고민’ 같은 상태 선택 문항이 있고 선택 결과에 따라 이동 동선이 달라지는 구조였다. 진단표 결과에 따라 체험이 진행됐다. 리셉션에서 개인별 고민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뒤 각 체험존에서 나만의 솔루션을 제안받도록 설계된 것이다.
매장은 입구를 기준으로 좌측 헤어케어 존, 우측 바디케어 존으로 구분해 단순 진열 구조가 아닌 체험 동선을 반영해 관련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동선은 ‘제품 나열’이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이다. 따라서 체험자는 진단표 결과에 따라 이동하며 자신의 상태에 맞는 관리 루틴을 자연스럽게 완성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헤바 라운지 매장의 상품 진열대도 일반 매장 보다 절반 이하 수준으로 최소화돼 있었다.
올리브영은 관계자는 “헤어 고민과 바디 고민은 소비자가 느끼는 니즈가 다르고 상담 방식도 달라 세분화가 필요했다”며 “방문 고객이 매장을 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순환하며 자신의 루틴을 완성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 방문객 비중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대만·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온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고 몇몇 외국인 손에는 캐리어도 들려 있었다. 단순 관광객이 아닌 팝업 소식을 듣고 방문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이지 매장에는 한국어 외에도 일본어, 중국어 안내가 교차되며 흘러 나왔다.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는 20대 일본인 여성은 “SNS에서 헤바 라운지 후기를 보고 일정을 내어 왔다”며 “K-뷰티는 스킨케어만 강한 줄 알았는데 샤워 루틴을 체험 공간으로 만든 것은 처음 본다. 일본에는 없는 방식이라 흥미롭다”고 말했다. 태국 관광객 한 명은 “한국은 씻는 문화도 감각적”이라며 체험 공간을 촬영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헤어·바디 제품을 개별 구매하기보다 단계별로 비교·선택하며 사용하는 방식을 보였다. 체험 과정에서는 향·제형·사용 순서를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루틴 상담을 받은 후 제품 조합을 기록해 가기도 했다. 체험을 마친 일부 방문객은 인근 올리브영 매장으로 이동해 동일 제품을 확인하거나 테스트를 이어갔다. 현장 동선은 체험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로 운영됐다.
체험을 마치면 출구에서 ‘애프터 루틴 카드’가 제공된다. 진단표와 연결되는 카드로, 샴푸–세럼–오일까지 순서를 정리한 개인별 루틴이 담겼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올리브영 앱 장바구니로 연결됐다. 현장에서 억지로 구매를 유도하는 장면은 없었다. 제품 추천도 루틴 안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상담 직원은 “오늘 체험은 집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기록하고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Z세대가 만든 新소비 공식 “샤워도 뷰티 루틴”
지난 22일 방문한 헤바 라운지에는 맞춤형 샤워를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사진=내미림 기자)
샴푸와 린스가 전부였던 ‘샤워’의 정의는 옛말이 됐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퍼스널케어는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뷰티 소비 영역이다. Z세대 사이에서 일상 속 셀프케어가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자리 잡는 가운데 샤워는 단순한 위생 관리에서 ‘자기 돌봄의 루틴’으로 확장되고 있다. 매일 하는 ‘데일리’ 샤워와 힐링과 셀프 케어를 위한 ‘스페셜’ 샤워를 구분하는 것이다. 국내외 SNS에서도 스키니피케이션, 글래스헤어 등 관련 키워드가 인기를 끌며 헤어·바디케어가 주목받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같은 뷰티 트렌드는 욕실 풍경마저 바꿔 놓고 있다. MZ세대 욕실은 두피 스케일링–헤어 마스크–두피 세럼–바디 오일–바디 퍼퓸 등 세분화되는 중이다. 30대 방문객 회사원 최모 씨는 “샤워도 TPO(시간·장소·상황)에 따라 제품을 바꾼다”며 “피곤한 날엔 진정 루틴, 운동 후엔 두피 루틴처럼 관리가 나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뷰티 업계는 최근 헤어·바디 카테고리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재정의하며 ‘샤워 루틴’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프리미엄 두피케어 브랜드 ‘라보에이치(라보에이치)’의 루틴형 두피 솔루션 라인을 강화했고 LG생활건강은 ‘피지오겔 바디 라인’을 중심으로 바디케어를 정기 루틴 개념으로 제안했다. 애경산업 역시 ‘포인트 딥클린 스파’ 라인을 출시하며 샤워 단계 세분화 제품을 확대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제 샤워는 단순한 위생 행위를 넘어 ‘관리’이자 ‘취향’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향·제형·두피·피부 컨디션 등 개인 맞춤 요소가 강조되면서 욕실이 새로운 퍼스널케어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