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급등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통계를 집계한 한국부동산원은 "역세권과 재건축 단지 중심의 거래 증가 영향"이라고만 설명하며, 정책 발표 시점과의 인과관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 공개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장 투명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서울 아파트값 0.50% 급등…'10·15 대책' 직전 최대 상승폭
한국부동산원이 전날(23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0% 올랐다. 이는 지난 201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대폭으로 오른 것으로, 3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수치다.
직전 조사(0.54%)는 추석 연휴로 2주 치가 반영된 것이어서 단일 주간 기준 상승폭은 이번이 가장 크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광진구(1.29%), 성동구(1.25%), 강동구(1.12%) 등 한강벨트 지역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양천구(0.96%), 송파구·중구(0.93%), 마포구(0.92%) 등 주요 도심권에서도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국 및 수도권, 서울 집값 변동률 (자료=한국부동산원)
경기도도 0.16%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성남시 분당구는 1.78%, 과천시는 1.48% 상승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 시점과 맞물린다. 이에 시장에선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며 단기 급등이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 역세권과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와 거래가 늘며 상승 거래가 체결됐다"고만 언급하며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연관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 정부·여당, 주간 통계 비공개 논의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최근 주간 단위 부동산 통계의 공표 방식 조정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간 조사가 시장 과열이나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는 유지하되 비공개, 격주 단위로 전환하고 대체 지표 도입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주간 단위 통계가 "시장 현실을 왜곡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본 지역 중 일부에서는 실제 거래가 없어도 과거 사례나 인근 시세를 반영해 작성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가격 급등락이 과도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주간 통계가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지표"라고 보고 조사 주기 축소나 비공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현재 약 3만3500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매년 표본 재구성과 실거래 반영률을 높이는 등 정확도 제고를 위한 보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원은 또 "주간 단위 통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변동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있다"며 통계의 폐지보다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간 동향 조사를 조기에 폐지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조사 주기와 공표 방식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도 "주간 조사 유지 여부는 정책 당국의 판단 사항"이라며 "시장 과열을 초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상황이다.
■ 통계 신뢰성 흔들…정부 공개 축소 논의에 투명성 우려 확산
다만 통계 축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통계의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민간 통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시장 정보의 비대칭성과 왜곡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의 통계를 일부 감추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도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가 통계 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가격이 오를 때는 호가를 제외하고 내릴 때는 포함하라"고 지시한 통계 조작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2017~2022년 사이 부동산 등 주요 통계에서 100건이 넘는 왜곡과 조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시장 신뢰를 지키기 위해 조사와 공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또 "부동산 제도 개편 과정에서 중산층과 청년층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적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내 주간 통계 공표 방식을 포함한 '부동산 통계 개선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계의 신뢰성과 공개의 투명성 사이에서 정책 당국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