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KB증권 대표, 사진=KB증권)
기업금융(IB) 영업수익 240% 증가, DCM·IPO 1위.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지난 7년간 쌓아올린 실적은 그야말로 '매직'이다. 증권가에 불어닥쳤던 세대교체의 거센 돌풍조차 무력화시키며 여의도 장수 CEO 반열에 오른 김 대표. 올해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김 대표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이번에도 생존에 성공할까.
■ IB 전문가의 조직 개편, 성과로 이어지다
김성현 대표가 IB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대신증권에서 기업금융팀장으로 활동하며 IB 부문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한누리투자증권(KB증권) 기업금융팀 이사와 기업금융본부장을 거쳐 2015년 이후 IB 총괄로 조직을 이끌었다.
국내 IB 시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김 대표는 취임 후 KB증권의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부터 했다. 영업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커버리지 2부'를 만들고 해외채권 발행을 위한 '글로벌 부채자본시장(DCM)팀'도 신설했다. 기업공개(IPO)를 담당하는 부서도 확대했다.
김 대표의 개편은 성과로 이어진다. 대표 취임 이전인 지난 2018년 3433억원이었던 KB증권의 IB 영업수익은 2024년 1조1701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DCM 시장에선 14년 연속 1위다. 물론 올해도 선두다. 상반기 기준 대표 주관 인수액 6345억원을 기록했고, 하반기 SK이노베이션(6000억원)과 롯데쇼핑(2400억원), SK텔레콤(1900억원) 등 다양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IPO 성과 역시 화려하다. 지난 2022년 주식시장 사상 최대 규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주관을 맡으면서 KB증권은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 IPO 수수료 수익에서의 효과를 넘어 KB증권의 리테일 부문이 본격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기준 주관실적 1조7376억원으로 점유율 6위(8.35%)에 그쳤던 KB증권은 불과 1년새 3조2853억원으로 늘며 1위(20.19%)까지 퀀텀 점프했다. 2023년 잠시 주춤하며 5위로 내려섰으나 지난해 1위를 탈환했다. 올해 역시 1분기 LG CNS, 3분기 대한조선, 4분기 명인제약 등 주요 기업들 IPO를 주관하며 3분기까지 최상위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 PF 충당금에 발목…다가올 하반기 실적 주목
상반기까지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볼 별다른 변수는 없었다. KB증권의 상반기 총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1조58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IB 영업이익은 1년 새 24.3% 늘어나며 256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3389억원(-9%)으로 후퇴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KB증권은 LG CNS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 세종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안산 원시동 물류센터 등 여러 부동산 개발 사업장의 익스포저 규모가 약 3조원에 달한다.
세종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추진됐으나 현재까지 실착공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최근 인근 사업장 분양률이 85%를 달성하는 등 세종시 부동산이 개선세에 있어 사업 추진 가능성은 남아있다.
안산 물류센터 익스포저는 약 1500억원 규모로 실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장기간 지연 가능성이 높은 자산 비중이 상당해 손실 가능성이 높다. 일부 자산의 경우 대물 변제로 직접 취득한 상태다.
KB증권은 지난 1분기 200억원 규모였던 충당금을 2분기 620억원까지 늘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부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 적립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은 현재 현장 검사를 통해 PF 부실화 위험을 살펴보는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와 관련해 "6년 주기로 진행되는 정기검사"라며 부실화 위험 우려를 일축했다. 아울러 하반기 PF 충당금 추가 적립 여부에 대해선 "오는 30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원규 LS증권 대표(60년생),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63년생)와 함께 흔치 않은 고령 CEO 반열에 오른 김 대표(63년생)가 이번에도 연임할 수 있을까. 하반기 실적을 통해 다시 한번 김성현의 '매직'이 통할 지, 충당금 늪이 8년차 연임의 발목을 잡을 지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