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사진=JTBC)

김부장의 좌천성 인사발령

최근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화제 속에 종영됐다. 노무사로서 사건을 수임받아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부당 대기발령, 부당 전직 등을 다투는 것이 일이라 직업적 관점에서 김 부장 이야기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김 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발령 부분이었다.

ACT 그룹에 입사해 ‘영업’ 직무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김부장. 그런데 임원 승진을 목전에 두고 과거의 무리한 영업으로 인해 고객클레임이 터지고, 그 내용이 유튜버에 의해 폭로된다. 결국 김부장은 서울 본사 영업1팀장에서 아산공장 환경안전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당하고 만다. 말이 좋아 팀장이지 팀원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나아가 아산공장의 환경안전팀장은 김 부장이 발령받기 전에도 ACT 본사에서 밀려난 사무직 한계인력들이 퇴사 전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보직, 즉 유배지였다.

인사발령에 대한 감정적 동요는 미뤄두고, 드라마에서의 김 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발령은 과연 법적으로 정당할까? 김 부장이 좌천당한 후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하면 어떤 판단이 나올지 예상해보자.

부당전직에 관한 판단기준

회사의 전직(직무의 변경) 처분, 대기발령 처분에 관해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를 다투는 근로자들이 거의 없었다. 전직, 대기발령 처분을 다투려면 그 인사발령의 성격상 회사에 재직하면서 이를 다투어야 하는데, 보통 평범한 일반 근로자가 그런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노조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 일부 근로자들만이 부당한 전직처분을 다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직하는 도중에도 회사의 전직처분, 대기발령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다툰다. 필자 역시 최근 1년간 부당 전직사건을 5건 수임하여 진행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결과 회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자유롭게 인사발령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럼 이제 서울 본사 영업팀장이자 25년간 영업 외길인생을 걸어온 김 부장을 아산공장 환경안전팀장으로 보낸 전직처분의 법적 정당성에 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직처분의 정당성 여부는 그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 그 전직처분으로 대상 근로자가 입게되는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인사발령 과정에서 사용자(회사)가 대상 근로자와 성실히 협의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예상되는 ACT 그룹의 주장

판단에 앞서 법적 다툼의 당사자인 회사와 김 부장은 이 사건에 관해 어떤 주장을 할지 경험을 토대로 예측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회사 측은 이 인사발령은 정당하다면서 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①업무상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주장

첫째, 영업1팀 김 부장의 최근 인사고과, 실적을 살펴보면 옆 팀인 영업2팀 도 부장보다 현저히 낮아 도 부장이 영업1팀까지 통합 관리하는 것이 회사 영업실적에 더 바람직할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 김 부장의 리더십 평가 또한 도 부장 대비 현저히 낮고, 전사 평균보다도 낮다. 김 부장 팀원들의 정성적인 평가를 살펴보면 그는 소위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로서 조직을 이끌어나가기에 부적합한 인물이다.

셋째, 김 부장은 고객들을 기망해 상품을 판매한 결과 ACT 그룹의 대외적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크게 손상시킨 장본인이다. 중징계 대상이라고 할 것인데 이 정도면 회사가 선처를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김 부장이 면팀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상대방 또는 노동위원회로부터 다음과 같은 반박 또는 소명 요청이 있을 것이 확실하다. ‘그럼 면팀장하고 영업팀원으로 발령내도 충분해 보이는데, 왜 아산공장 환경안전팀으로 발령냈는가?’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 회사는 이렇게 다툴 것이다.

넷째, 회사가 전국의 고객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일부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납득할만한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소위 총알받이가 필요하다)

다섯째, 김 부장의 스타일로 볼 때 김 부장을 영업팀에 둘 경우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장은 평소에도 임원이 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던 사람이다. (입증을 위해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진술서를 요청해서 낼 것이다. 직원들은 김 부장을 공격하는 진술서를 내기 꺼려할 것이지만 거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상 한 사람을 거의 매장하는 수준이다. 이를 견딜 수 있는 멘탈이 있어야만 재직하면서 부당 전직에 관해 다툴 수 있을 것이다.

②생활상 불이익이 없고, 성실히 협의했다는 주장

부당 전직의 판단기준인 업무상 필요성, 생활상 불이익, 성실한 협의 중 실무적으로는 업무상 필요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따라서 생활상 불이익, 성실한 협의는 간단히만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연봉삭감이 없었다는 점, 둘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환경안전팀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므로 이는 좌천성 발령이 아니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셋째 인사발령 전 성실히 협의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사실 ‘낙수야, 이렇게 됐다’가 전부이긴 하지만) 백 상무가 고급 선물세트를 사 들고 김 부장의 집까지 방문해 상당한 시간 성실히 협의했다는 사실이 있다.(백 상무의 고급 선물세트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할 것으로 예상됨)

예상되는 김부장 측의 주장

①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첫째, 문제가 된 기망영업은 회사의 관행이었고, 그 당시 백 상무로부터 승인까지 받고 진행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나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연관된 자들 모두는 현재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둘째,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개인 인맥을 활용해 해당 유튜버와 접촉하는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했다. 그 수습과정에서 회사는 무엇을 했나?

셋째, 취업규칙을 살펴보면 내가 행한 행위는 징계대상 행위이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방발령이라는 사실상 징계처분을 했으므로 이는 부당하다. 그 과정에서 소명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넷째, 그동안 환경안전팀장이란 자리는 좌천당한 인사들이 거쳐 가는 마지막 종착지로서 실제 근무해본 결과 할 일이 전혀 없고, 이 사건 전직처분은 나에게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②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하고, 성실한 협의도 없었다는 주장

첫째, 우리 집은 서울 강동구인데 아산공장 발령으로 출퇴근 시간이 현저히 증가했다. 실제 아산공장 발령을 이유로 내가 퇴사했다면 자발적 퇴사임에도 실업급여 수급대상까지 된다.

둘째, 25년 영업 외길인생을 걸어온 사람이다. 이번 전직으로 나의 영업 커리어에 상당한 흠결이 발생했다.

셋째, 백 상무가 성실히 협의했다고? ‘낙수야, 그렇게 됐다.’가 전부였다.

사실 양측에서 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장들이 더 많긴 하지만 지면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고, 독자분들의 판단은 어떨지 묻고싶다. 이 전직처분 정당하다고 생각되는지?

견해

필자가 그 판단을 예견하지 않고 이렇게 회사와 김 부장 측의 예상되는 주장만 적은 이유는 이 사건은 어떤 결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소위 50:50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노동위원회의 부당전직 관련 판정 경향 등을 고려할 때, 그 판단을 조심스럽게 예견해본다면 김 부장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회사의 면팀장 조치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 정당하지 않은 처분으로 볼 여지 또한 없어 보인다. 하지만 25년 경력의 영업맨 김 부장을 개똥 치우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 환경안전팀장으로 발령낸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최소한 ACT 인사팀에서 환경안전팀장의 직무를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하도록 설계해 두었다면 좀 다투어 볼만 하겠지만.

이상 ‘김 부장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인 좌천성 인사발령의 정당성에 관해 직업적 관점에서 다루어 보았다. 사실 작가가 김 부장의 좌천성 인사발령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위와 같은 법적 판단은 아닐 것이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자존감과 자존심 따위는 꺼내둔 채, 매일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티어내는 모든 분들에게 오늘만큼은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Bravo your life!


■ 이종언 노무사는 현재 노무법인 평정의 대표 노무사로서 고려대학교 재료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LG이노텍 인사담당 과장, 노무법인 유앤 수석노무사를 역임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사건을 다수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기업자문, 해고사건 수행, 관련 컨설팅 및 유튜브 채널 [해고라광장]을 운영하는 등 해고와 관련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