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공동위원장)은 2025. 9. 10.(수) 12:30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공동위원장)을 비롯한 관계부처와 AI 전문기업, 업종별 기업 및 대학·전문연구기관 대표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제조 AX 1등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열린 「제조 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한 후 10개 분과별 얼라이언스 운영계획 등을 발표·논의하였다.(사진=산업통상부)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생각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AI를 도입하면 인력 대체와 업무 자동화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런 통념은 AI 만능주의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이 통념에 따르면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고 인건비가 절감되며 골치아픈 인사 관리 영역도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면 자동화된 기업(autonomous company)마저 출현하지 말란 법이 없다. 실제로 AI 업계의 유명한 엔지니어인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도 미래 기업의 핵심 구조를 '자동화된 기업'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AI=자동화'가 아니라는 것과 '현 시점의 AI는 특별히 잘 정의된 지능적 과업(intellectual task)에서만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다양한 제약과 조건을 무시한 상태에서 AI가 마치 인간의 모든 능력을 뛰어넘은 것처럼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러한 잘못된 신념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기업은 큰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2024년, 클라르나(Klarna)의 CEO는 인간상담사 700명을 AI 상담원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모두 해고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담원 700명의 자리에 AI 상담원을 대신하게 한 결과 고객 불만은 폭주했고 상담 업무량은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났다. 기업 경영자의 잘못된 선택이 고객불만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해당 기업의 CEO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인간상담원을 고용했으며 고객에게 인간 또는 AI 상담사를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 품질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선택한 하이브리드 전략이 올바른 길임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생각해 보자. AI 를 도입한다고 업무가 '자동으로' 자동화되겠는가? 우리의 잘못된 기대 중 하나는 AI 도입을 자동화와 동의어처럼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업무 자동화가 존재하는 구간에서만 오히려 AI의 도입이 수월하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AI가 기업이나 조직 일부도 대체하지는 못한다. 또한 AI의 도입으로 사람을 대체할 만큼 생산성이 극도로 향상됐다는 국내 기업 사례도 아직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인지해야 할 점은 AI로의 전환이 여전히 시작점에 있다는 사실이며, 기업 생산의 병목 지점을 줄이고 현재 일 잘하는 직원을 도와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직 불완전한 AI를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조자로 활용한다면 여러 면에서 이득이 있다. (1)AI를 잘 도입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2)'실제로 내 일을 도와주는 AI'를 체감한다면 직원의 행복감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더 향상될 수 있으며 (3)AI 도입에 대한 조직 내부의 반발을 완화하면서 AX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AI 도입 계획을 매끄럽게 가져갈 수 있다. 자동화는 필요하다. 사람이 없어도 되는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더욱 신나게 일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자동화라면 기업 구성원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AI를 정말 잘 쓰는 기업, AI를 통해 생산성 도약을 이룬 기업이 되려면 다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기존 시스템에 AI를 참여시켜야 한다. 예컨대 많은 제조 현장에는 MES, 생산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설비, 공정, 품질, 작업 이력 데이터를 '초 단위'로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그것만 바라보는 작업자 두기를 경영자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시간 설비 상태를 예측하거나 스케줄, 품질, 재고까지 최적화하는 데에도 많은 작업이 필요한 까닭에 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현장에 바로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 AI는 '감시, 계산, 분석'을 맡고 사람은 '판단, 개선에 몰입'하면 어떨까.

실제로 POSCO의 포항 2고로는 기존 제어 시스템 위에 PosFrame이라는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과 AI 모델을 얹어 하루 용선 생산량을 240톤 늘렸다. 과거에는 숙련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해 결정하던 송풍량·연료비율·원료 품질 판단을 AI가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작업자는 데이터가 제시하는 최적 해를 검증·보완하는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AI는 '작업자를 대체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산성은 높이면서도 사람의 전문성을 더 깊이 끌어내는 도구로 자리잡은 것이다. 제조 현장 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에 속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사내 메신저, 엑셀 자료 폴더 등 사람들이 꾸준히 유지 관리하면서 참고해야 할 데이터를 소유한 기업이라면 AI를 접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열려 있다.

둘째, AI를 직원의 업무를 도와주는 동반자로 생각한다.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은 2024년 하반기부터 Google의 LLM(Gemini) 기반 AI 어시스턴트를 고객 센터에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AI가 약 1만5천 건의 내부 문서를 학습하게 해, 상담 중에 상담원의 화면에 고객 질문에 대한 정답 후보, 관련 상품 및 요금제, 필요한 절차를 실시간으로 띄워주도록 했다. 물론 이 AI 시스템은 고객에게 직접 말하는 봇이 아니라, 상담원을 위한 에이전트 어시스턴트로 기능한다. 이러한 AI 시스템 도입 후 상담원의 1인당 통화 시간이 줄었고, 동일 인력(약 2.8만 명)의 상담팀이 판매 역할까지 겸할 여유가 생기면서 서비스 채널을 통한 판매가 약 40% 증가했다. AI가 상담원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정답 찾기' 또는 '상품 조합하기'와 같은 보조자의 역할을 맡으면서 상담원이 고객과의 대화에 더욱 몰입하게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서비스의 품질과 생산성 또한 올라간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AI를 쓰면서 '와우 순간(Wow Moment)'이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 로앤컴퍼니는 2024년 7월, 생성형 AI 기반 법률 비서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로앤컴퍼니가 보유한 460만 건 이상의 판례, 법령, 유권해석, 주석서, 논문 등 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률 리서치,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계약서 초안 작성, 문서 요약, 사건·문서 기반 질의응답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변호사 고객들은 사건 자료를 업로드하거나 주요 쟁점을 입력했을 때 단 몇 분 안에 목차, 문단 구조를 갖춘 '초기 서면'이 나왔을 때 '와우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로앤컴퍼니 자체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2.5%가 이러한 기능 덕분에 기존에 몇 시간 이상 걸리던 업무를 평균 35분에 끝냄으로써 업무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고 답했다. 고객들은 이러한 슈퍼로이어 서비스가 단순히 AI 비서가 아니라 '어쏘 변호사' 수준의 역량이라고 평가했고 그들 중 95.2%가 동료들에게 추천하겠다고 했다. 이 사례는 기술기업의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킨 사례이지만, 이와 유사하게 AI를 기업의 기존 시스템에 통합할 때 그 중심을 사용자인 직원에게 맞추고 실제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업 구성원은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할 것이고 그 효과는 고스란히 기업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AI의 가장 큰 특징은 범용성이다. 다시 말해 AI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범용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기업 조직이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성장해 왔기에 기업 내 구성원들이 자기 한계를 뛰어넘어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다른 부서와의 연계를 굳이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면, 이제는 개인이 AI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내 개인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또 실제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업무 성격의 근본적 변화는 AI를 통한 도움과 몰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자는 AI의 도입을 '도움과 몰입'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기업 내 직원들은 AI를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게 하고 다양한 능력을 탐색하게 하는 안내자'로 삼는다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했지만 시와 문학도 좋아 고심 끝에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박사과정 수행 중 창업에 눈을 떠 '뭉클스토리(자서전 사업)'를 지인과 함께 설립했다.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던 중 전공인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와 연관된 RL(강화학습)에 빠져 AI(인공지능)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기업의 인공지능 설계 및 전환을 지원하는 '큐에라소프트'를 설립, AGI(인공일반지능) 시대 도래에 대비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기업의 AX(인공지능 전환) 관련, 무료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