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조정(자료=생명·보험협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납입액이 오르면서 유·불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내년 5세대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6년도 실손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은 7.8%로 집계됐다.

세대별 인상률을 살펴보면 1세대는 3%대, 2세대는 5%대, 3세대는 16%대, 4세대는 20%대다. 세대별 차이가 큰 이유는 상품 가입 시기에 따라 보험료 갱신주기(1세대 3~5년, 2세대 1~3년, 3·4세대 1년)가 다르기 때문이다.

2024년말 기준 평균 월납 보험료(40대 남자, 전 담보 가입, 손보사 기준)는 2세대 4만원, 3세대 2.4만원, 4세대 1.5만원 수준이다. 1999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1·2세대 상품의 경우 여러 차례 갱신이 진행돼 월납 보험료가 높은 반면,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3·4세대 상품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2세대 상품의 5% 인상(2.4만원)과 4세대 상품의 20%(3.6만원) 인상이 금액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다. 보장 내용을 뺀 연간 납입액으로만 보면 2세대(48만원)보다 4세대(18만원)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런 배경으로 지난해 1~3세대 보유계약은 해약 등으로 전년 대비 137만건(4.4%) 감소한 반면, 4세대 보유계약은 같은 기간 149만건(39.6%)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이 없는 1세대 및 초기 2세대 상품(약 1600만건)의 경우 3·4세대에 비해 매우 유리한 보장을 사실상 평생 누릴 수 있어 단순히 월납 보험료만으로 유·불리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1·2세대 가입자는 해약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건강에 자신이 있고 의료 이용량이 많지 않은 가입자라면 연 50만~60만원의 비용이 아까울 수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특성을 가진 가입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신규 전환 가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계약자가 보유한 상품의 특성, 가입 시기, 연령, 건강 상태, 금융자산 등에 따라 보유 계약 유지의 유·불리 셈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2세대 실손을 보유한 60대 남성의 경우 월납 보험료가 1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연간 120만~150만원의 보험료를 각오해야 한다. 고액 자산가이면서 비급여 이용이 빈번하다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4세대 계약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게다가 정부가 내년 상반기 5세대 상품의 출시를 예고한 상태여서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세대 상품의 핵심은 비급여 항목의 중증·비중증 보장 차별화와 관리급여의 도입이다. 비급여 서비스 기대치가 낮은 가입자는 현행보다 보험료를 더 적게 낼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보험금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 중이고, 상위 9%에게 전체 보험금의 80%가 지급되고 있다. 즉, 소수의 인원이 보험금 혜택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다.

정부는 5세대 상품이 출시되면 불필요한 비급여 확대에 따른 보험료 인상 악순환, 의료인력의 비급여 쏠림 현상 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5세대 상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비급여 과다 보장 문제는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실제 개선 여부는 시간을 두고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