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성수동에서 공개된 애슐리퀸즈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애슐리(House of Ashley)’ 내 ‘퀼트 갤러리’ 공간을 방문객들이 체험하고 있는 모습. 관람객이 직접 실과 천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참여형 전시로 구성됐다. (사진=내미림 기자)

#. “여기 진짜 누가 살고 있는 집 같아요.”

지난 19일 오후 성수동 골목 끝 유리 건물 앞에서 가장 먼저 들려온 말이다. 노란 조명이 번지듯 퍼진 내부를 향해 사람들은 본능처럼 고개를 들이밀었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보는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여기 애슐리 맞아?”, “식당이야? 전시야?” 하는 작은 탄성도 이어진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퀸즈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애슐리(House of Ashley)’가 지난 19일 공개됐다. 오는 2026년 1월25일까지 운영되는 이번 팝업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붉은 톤 소파와 벽난로 장식, 미국 중산층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패턴 월, 오래된 사진과 오브제가 있는 거실까지 따뜻한 조명 아래 전시장이 아닌 ‘집’에 들어온 느낌을 물씬 자아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애슐리는 음식보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주인공인 딸 애슐리, 엄마 에블린, 할머니 캐서린까지 이어지는 3대 모녀의 서사를 담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앞세운 것. 각각의 인물을 상징하는 방이 실제로 구현돼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설정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애슐리가 20년 넘게 축적해 온 브랜드 정체성을 ‘맛’만이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세대를 잇는 서사를 통해 가족·집밥·환대라는 브랜드의 핵심 정서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미국 문화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간적으로 설계했다.

전시는 총 6개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변하고, 냄새가 달라진다. 대형 요요 퀼트가 걸린 첫 공간에서는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이어 케네디 부부 웨딩 접시와 당시 사교문화 오브제가 이어지고 ‘저널리스트 에블린’의 서재에서는 ‘글과 기록으로 세대를 잇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유래한 이름 ‘애슐리’의 상징성을 거쳐 ‘지금의 애슐리’로 연결된다.

임희조 애슐리퀸즈 마케팅 총괄 실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애슐리퀸즈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애슐리(House of Ashley)’ 미디어 프리오픈 행사에서 관계자가 전시 콘셉트와 브랜드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임희조 이랜드이츠 애슐리 마케팅 총괄 실장은 “애슐리는 어떻게 하면 가장 가치 있는 한 끼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프리미엄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이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며 “이번 팝업은 그 해답을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한 무대”라고 말했다.

현장의 반응 키워드는 ‘머무는 경험’이었다. 한 20대 여성 방문객은 “보통 팝업은 사진 찍고 금방 나가는데 여긴 그냥 걷다 보니 속도가 저절로 느려진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은 “예전 애슐리는 그냥 뷔페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입히니까 브랜드가 훨씬 또렷해진다”고 했다. 중년 방문객은 “그냥 예쁜 공간이 아니라 이해되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 디저트가 ‘메인’이 된 공간…셰프 협업 메뉴도 공개

지난 19일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을 시작한 애슐리퀸즈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애슐리’ 현장에서 셰프 협업 메뉴 ‘애슐리 테이블(Ashley’s Table)’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이번 팝업은 단순 전시가 아니라 ‘먹는 콘텐츠’가 함께 결합된 체험형 공간이다. 애슐리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디저트를 메인 콘텐츠로 삼았다. 셰프 협업 메뉴와 시그니처 디저트 10종이 한정적으로 공개됐고 일부 메뉴는 향후 매장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공개된 대표 메뉴는 ▲무제한 생체리 바스켓 ▲체리 포레누아 타르트 ▲코코 래밍턴 ▲크림브륄레 치즈케이크 등이다. 클래식 디저트에 프리미엄 원재료와 연출을 더해 ‘애슐리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셰프 협업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오세득 셰프의 ‘한우 비프웰링턴 버거’, 박준우 셰프의 ‘스노우 메리베이유’가 대표적이다.

오세득 셰프는 현장에서 “웰링턴은 연말 가족이 함께 먹는 상징 같은 메뉴다. 이것을 애슐리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이름만 얹는 협업이 아닌 ‘색깔을 함께 만드는 작업’을 했다”며 “누구나 편하게 먹으면서도 완성도가 느껴지는 지점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람객 반응도 뜨거웠다. 시식을 마친 한 20대 방문객은 “디저트가 ‘보여주는 장식’이 아니라 진짜 메인 콘텐츠라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관람객은 “‘먹고 나오는 곳’이 아니라 한 번쯤 머물고 싶은 브랜드라는 걸 보여준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성수라는 무대도 이번 시도와 맞아떨어진다. 이곳은 이미 F&B·전시·패션·라이프스타일이 겹겹이 쌓인 ‘경험 소비의 동네’이기 때문이다. 팝업이 문을 열기 전부터 공간 앞을 서성이는 방문객, 휴대폰을 들고 연신 사진을 찍는 20·30대, 천천히 공간을 거닐며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들까지 현장에서 만난 풍경은 성수가 가진 ‘체험 소비’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애슐리퀸즈는 올해 전국 115개 매장에서 약 500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매장을 150개로 확대하고 매출 8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특히 프리미엄 아울렛·대형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출점을 늘려 ‘앵커 테넌트’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외식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와 콘텐츠로서 애슐리를 재정의하는 전시형 팝업"이라며 "성수 팝업을 시작으로 브랜드의 기원과 철학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고 내년 성수점 정식 오픈과 함께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