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바이브'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국내 게임사들이 성과가 부진한 작품의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차기작에 집중 투입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이 이용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라이브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게임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 서버 유지, 운영 인력 투입 등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라이브 서비스 특성상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작품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게임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인력과 자원의 재배치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게임은 산업 특성 상 서비스 종료 후 개발·운영 인력을 신규 프로젝트나 핵심 타이틀로 전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특히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게임 이용자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대작에 투자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넥슨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넥슨은 지난 17일 배틀로얄 게임 '슈퍼바이브'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슈퍼바이브'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진들이 모인 게임으로 출시 초기 이목을 모았으나, 기대 이하의 성과로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슈퍼바이브' 사업·마케팅 인력은 향후 타 프로젝트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넥슨은 지난 6월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게임 개발을 담당했던 자회사 니트로스튜디오는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니트로스튜디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넥슨은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클래식' 개발을 본사 라이브본부로 이관한 상태다.
넥슨은 기존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대형 IP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는 한편, 중장기 성장을 책임질 신작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일 신규 개발 자회사 딜로퀘스트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프로젝트 단위 개발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또 이달 초 자회사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처 '프로젝트 RX' 티저를 첫 공개했으며, '벽람항로'를 개발한 만쥬게임즈의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호연' 대표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엔씨는 지난 17일 '호연'과 '블레이드&소울2'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렸다. '호연'은 지난 2024년 8월 대표 IP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반으로 MMO 필드 기반의 PVE 콘텐츠로 야심찬 시작을 알렸으나 출시 후 부족한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다. '블소2'의 역시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약 4년간 서비스를 이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엔씨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씨는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전담 조직 신설, 해외 개발사 인수 등을 단행했다. 기존 강점을 가진 AI·데이터 기반 역량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더시티',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글로벌 IP '호라이즌'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등 신작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비스 오브 던전'.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지난 11월 해외 소프트론칭 형태로 선보인 '어비스 오브 던전'의 서비스를 공식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 게임은 당초 연내 국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었으나 기대만큼의 이용자 반응과 성과를 확보하지 못했고, 정식 론칭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의 현재 상태와 글로벌 출시 전망을 검토한 결과, 플레이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어비스 오브 던전' 개발자들은 내부에서 전환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