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경남 거제 사업장 (사진=연합뉴스)

2025년 조선업은 수주량과 수주금액 모두에서 호황이었다. 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고부가 선종 발주가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한 호황이었고 그 호황을 각 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로 전환했다.

■ HD한국조선해양, 고부가 선종으로 쌓은 안정적 실적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에도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선종 전략을 유지했다. 연간 누적 수주액은 165억 달러를 넘어 연간 목표의 90% 이상을 채웠고, 대형 컨테이너선과 이중연료 추진 선박 수주를 통해 수주 포트폴리오의 질을 유지했다.

특히 국적 해운사 HMM으로부터 수주한 1만34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8척은 단일 계약 기준으로도 상징성이 컸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분담 건조하는 이 계약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200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의 연간 실적에 근접했다. 중국 조선소 대비 높은 선가에도 불구하고 연료 효율과 안전성이 검증된 선박을 앞세워 주요 선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성과로 남았다

■ 삼성중공업, ‘선박 중심’ 구조 안정화의 해

삼성중공업은 2025년을 기점으로 선박 중심의 사업 구조가 한층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간 수주액은 69억 달러로 목표 대비 70% 수준이었지만 조선 부문 수주액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섰다. 해양 부문 수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영향이 있었지만 그만큼 선박 건조 중심의 실적 가시성은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은 과거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했던 리스크를 상당 부분 정리한 이후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비교적 안정적인 선종 위주로 수주 전략을 운용해왔다. 여기에 FLNG 등 대형 해양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단일 프로젝트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존재하는 구조 역시 시장에서 이미 인지된 상태다. 2025년은 삼성중공업이 ‘위험 관리 이후의 조선사’로 자리매김한 해로 기록됐다.

■ 한화오션, 체질 변화의 해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액은 79억 달러를 넘기며 전년 실적에 근접했고 유럽 선주를 대상으로 한 LNG 운반선 대규모 계약을 통해 수주 흐름을 이어갔다.

인수 이후 진행된 조직 재편, 원가 구조 점검, 방산·해양 중심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숫자에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이 2025년이었다는 평가다. 단기간의 수주 확대보다는 중장기 수익 구조를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방산과 상선, 해양을 아우르는 복합 조선사로서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졌다.

■ ‘사람’과 ‘공정’, 호황 속에서 드러난 또 다른 성과 변수

호황의 이면에서는 인력과 공정 관리가 공통 과제로 부각됐다. 숙련 인력 부족, 외주 의존도 확대, 임금 협상 부담은 세 회사 모두가 안고 있는 구조적 숙제다. 여기에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관리 역량이 2025년 들어 실적의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생산 물량이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작업 밀도와 공정 속도가 높아지면서 현장 안전 관리 수준이 공정 안정성과 직결되는 구조가 뚜렷해졌다. 중대재해 발생 여부는 단순한 법적 리스크를 넘어 공정 중단·납기 지연·추가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관리 지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안전 인력 확충, 협력사 안전 관리 강화, 공정별 위험도 점검 체계 고도화 등에 나섰다. 2025년은 조선업이 ‘일감 부족 산업’에서 ‘사람과 안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산업’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 해였다. 조선업은 다시 바빠졌고, 그 바쁨을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의 성과에 반영되기 시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