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T CEO. (사진=SK텔레콤)
통신업계의 내년 핵심 과제는 고객 신뢰 회복, 인공지능(AI) 사업 수익화다. 최근 연이은 해킹 사건으로 고객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각 사 CEO의 리더십과 사업 전략이 실적 회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줄어들었다. 통신 사업의 성장 정체 속, 해킹 사고에 대한 비용 집행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3사는 CEO 교체를 통한 리더십 강화, 보안 경영을 내세우며 위기 돌파에 나선 상태다. 먼저 SK텔레콤은 올해 법조인 출신 정재헌 신임 CEO를 선임하며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정 CEO는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으로 지난 2020년 SKT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한 뒤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 등을 거치며 ESG·CR·PR과 그룹 거버넌스를 총괄해 온 인물이다. 그만큼 정보보호 관리, AI 거버넌스 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다.
정 CEO는 지난 16일 첫 타운홀미팅에서 전사적 혁신 추구 및 AI 사업 강화 기조를 밝혔다. 그는 고객 신뢰가 흔들린 MNO(이동통신사업)을 본질로 삼아 품질과 보안 안전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한편, AI 분야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SK텔레콤의 가장 큰 과제는 '비용 관리'다. 앞서 소비자분쟁위는 이번 해킹 사고에 대해 1인당 1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SK텔레콤은 관련 보상을 이미 고객에게 제공했다며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외에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000억원대의 과징금에 행정소송으로 규모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박윤영 KT 차기 CEO 내정자. (사진=KT)
KT 역시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 안정화에 나선다. KT는 최근 내부 인사인 박윤영 차기 CEO 내정자를 결정했으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CEO로 선임한다. 박 내정자는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 경험이 풍부한 '정통 KT맨'으로, 조직 내부 사정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단기간 조직 장악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내정자는 우선 해킹 사고 조사 결과 발표와 사태 수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내 무단 소액 결제 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해당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범위 확대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따라서 박 내정자의 첫 업무는 사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피해자 보상 절차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신사업에서의 성과도 내야 한다. 현재 KT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AI·클라우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 내정자는 해외 사업 경험을 바탕 B2B 영역에서 강정을 지닌 만큼, AI 및 양자통신 등 신사업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AI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에서 선정되지 못하는 실패를 겪은 만큼 관련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에도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또한 최근 고객 계정 관리 서버 해킹 정황, '익시오' 통화 정보 노출 등 보안 우려가 불거졌지만, 대규모 유출이나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아 3사 중 보안 리스크에 가장 덜 노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내년도 홍범식 사장을 중심으로 AX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LG유플러스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을 신설하는 등 AX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익시오' 기반 B2C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실적도 안정세를 띄고 있다. 희망퇴직 비용 1500억원이 반영된 3분기를 제외하면 LG유플러스는 올해 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홍범식 사장 역시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유임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의 신년 과제는 본격적인 AI 사업 수익화다. 올해 포트폴리오 정비를 통해 체질 개선을 마쳤다면, 내년에는 '익시오' 기반 AI 에이전트의 유료화, B2B 영역에서의 AX 사업 매출 확대, 데이터센터 확장 등이 숙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년 통신 3사의 성패는 보안 리스크를 극복하는 동시에 AI 사업 수익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면서 "이 과정에서 각 사 CEO의 리더십, 사업 역량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