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다섯 PD들은 제작 비하인드는 물론, 방송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진단하며 예능프로그램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에서 개최된 tvN ‘크리에이터 톡’에는 정종연, 손창우, 문태주, 박희연, 김민경 PD가 참석해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에서 나누지 못했던 일 이야기와 화면 뒤 숨겨둔 이야기를 풀어냈다.

PD들은 프로그램을 위한 영감을 얻는 자신만의 방식들을 밝혀 흥미를 자아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등 시리즈 예능의 연출을 주로 담당한 문 PD는 “평소에 TV를 많이 본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 줄었지만 유튜브는 여가 시간 내내 보는 것 같다. 내 취향을 세분화해서 선택할 수 있더라. 오락적인 차원이라기보다 정보적인 차원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손 PD는 “나는 평소에 TV를 많이 보지 않는다. 스포츠를 보며 일과 일상을 구분하려고 한다”고 다른 방식을 밝혔다. 이어 “‘짠내투어’ 같은 걸 연출하다 보니 영감은 해외를 많이 다니거나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얻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응답하라 1988’과 ‘수업을 바꿔라 1,2’ ‘수미네 반찬’을 만든 문 PD는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수미네 반찬’ 같은 경우는 아파트 단지를 돌다가 반찬 가게가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생각한 프로그램”이라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최근 ‘먹방’과 여행에 편중된, 아이템이 겹치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시청자들의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문 PD는 “내가 연출한 ‘수미네 반찬’은 먹는 방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획을 할 때 반찬에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반찬 안에 그리움과 추억들이 담겨 있지 않나. 시청자들도 먹는 방송이라고 생각을 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 엄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거나 기억을 회상하는 분들이 많다. 맛집을 찾고, 먹는 것보다 손맛과 그리움을 녹인 것이 차별화인 것 같다”고 했다.

‘짠내투어’를 만들고 있는 손 PD는 “실제로 그런 댓글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영향이라기보단 그것이 보편적인 감성인 것 같다. 워라밸이 중시되는 요즘, 여행도 많이들 가려고 한다. ‘짠내투어’ 제작 당시에도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나영석 PD가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멤버십 버라이어티라는 차별점을 내세웠다”고 했다.

이렇듯 긴 고민 끝에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만 인기와 반응이 고생과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손 PD는 “모두가 치열하게 살지만, PD는 자신의 성적이 모두에게 드러나지 않나. 좋게 생각하면 프로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 점이 가장 힘이 든다”고 했다.

문 PD 역시 “시청률에 너무 신경 쓴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지만 다소 떨어지면 한숨을 내쉰다. 다음주 녹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늘 한다. 손창우 PD도 이야기를 했지만 매주 평가를 받는 게 우리 직업이다. ‘분기에 한 번 성적을 내면 안 되나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고민을 밝혔다.

PD들은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정 PD는 “모든 프로그램마다 죽을 만큼 힘이 든다. 워낙 많은 식솔들을 데리고 촬영을 하지 않나. 계획된 대로 안 될까 봐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몸의 피로보다는 일에서 1초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피곤함이 크다”고 했다.

최근 논란 있는 연예인들의 출연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어나는 만큼 이를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손 PD는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출연자들의 계약에 문제가 있는 경우 차후 대책까지는 담지만, 그전에 문제가 있던 사람을 막기 위한 방법은 없다. PD들이 다 안다고 하는데, 미리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판을 공유하는 시스템 확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히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방지는 가증하지 않을까”라고 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