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7만 호를 넘어섰다. 중흥건설, 반도건설, 호반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복합개발, 해외 진출 등 다각화 전략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과징금 등 리스크 부담도 안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매입, 세제 혜택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2624호로, 전월 대비 증가했으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872호로 1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이 전체의 80.6%를 차지하고 있어 지방 시장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


■ 공공택지·복합개발·리모델링…중견 건설사들 사업 다각화 전략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택지 개발 참여, 수익형 부동산 및 복합개발 추진, 리모델링 사업 확대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보면, 중흥건설은 공공택지와 도시정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성남 금토지구의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는 공공택지 분양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사업 사례로 꼽히고 있다.

리모델링 부문에서는 안양 평촌 초원한양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으로 세대수 증가 허용, 조합 설립 절차 간소화 등은 향후 도시정비사업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뉴욕 맨해튼 주상복합 건물의 리모델링 사업을 맡았다. 뉴욕 55번가 주상복합 건물. (자료=반도건설)

반도건설은 복합개발과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고양 장항지구에서는 주상복합단지 '카이브 유보라'와 상업시설 '시간'을 조성하며 안정적인 임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금융 혜택(계약금 이자 지원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주상복합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사업에 돌입했으며, 이는 국내 건설사 최초의 해외 리모델링 진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LA에서는 '더 보라(The BORA)' 프로젝트를 통해 주상복합 개발과 임대관리 사업을 수행하며 미국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확보와 저가 분양 전략으로 수도권 및 지방 혁신도시에서 연이어 성공적인 분양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시 6-3생활권 H2·H3블록 등에서 공급한 단지는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와 특화 설계로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또한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응봉동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는 등 수도권 노후단지 리모델링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 벌떼입찰·재무부담 등 위기요인 변수도

하지만 이들 전략 뒤에는 각 사가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와 외부 변수도 함께 존재한다.

중흥건설은 과거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벌떼 입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향후 공공택지 사업 전략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반건설도 약 4조5000억원의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벌떼 입찰 논란으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일부가 법원 판결로 취소됐으나 관련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이미지 관리와 공공 부문 수주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건설은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지만, 복합개발과 해외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로 연결되기 어려운 만큼 초기 투자비용과 수익 회수 기간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해외 리모델링은 새로운 시장이지만, 미국 내 규제와 운영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도 남았다.

■ 정부 지원책 확대…업계 “체감은 제한적”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와 분양 리스크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약 3000호를 매입하고, 해당 물량을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할 경우 주택건설사업자의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공택지의 민간임대 리츠 전환을 허용해 건설사들이 미분양 공공택지를 임대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도심 내 저이용 용지를 활용한 복합개발과 역세권과 노후 주거지 중심의 고밀 개발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견 건설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LH의 미분양 매입 정책은 침체된 지방 건설 경기에 단비가 될 수 있다”면서도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실질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건설 경기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수요 진작을 위한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에게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중견 건설사들이 리모델링이나 공공택지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수도권 중심의 대형사와 비교하면 체력 차이가 뚜렷하다”며 “정비사업보다는 조합 신뢰 확보가 핵심인 소규모 리모델링 시장에서 중견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