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2,3단지. (사진=손기호 기자)
"하룻밤 새 크랙이 커졌어요. 건물이 무너질까봐 무섭습니다." - 입주자 커뮤니티
"해당 사진은 보수 과정에서 찍힌 것으로 본래 미세 실금입니다." - 현대건설
논란의 현장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3단지 꼭대기 층이다. 29일 기자가 방문한 아파트는 곳곳에 미니 정원과 수개의 대형 스포츠커뮤니티센터,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의 거대 단지다. 국평 29억원에 걸맞는 수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단지는 겉모습과 달리 곳곳에서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곳은 3단지 319동 34층 복도 벽면. 실금 수준의 균열이 아닌 눈으로 확인 가능한 수평 방향의 틈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어서 입주자들이 놀랄 수밖에 없는 균열이다.
입주자들은 며칠 전만 해도 단순 실금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젯밤 봤던 크랙이 더 커졌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건물이 무너질까 무섭다"는 반응까지 이어지며 커뮤니티를 통해 논란은 삽시간에 퍼졌다.
이 아파트 단지는 현대건설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시공에 참여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균열이 발생한 단지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3단지다.
■ 3단지 시공사 "일반 하자…전수조사·외부 진단 예정"
3단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해당 균열에 대해 "보수 과정 중 촬영된 사진이 과장된 것"이라며 구조적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자 보수를 위해 실시한 'V컷팅 공법' 도중 사진이 찍혀 균열이 확대된 것처럼 보인 것일 뿐, 본래는 시멘트 타설 시기 차이로 생긴 미세 실금"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하자 처리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균열에 대해 "단순 마감재 문제가 아니라, 수평 크랙인 만큼 구조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날(28일) 현대건설 측에 공식 공문을 보내 균열의 정확한 위치와 원인, V컷팅 공법의 타당성, 재발 방지 대책,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 등을 질의했다. 입주자들은 "명확한 설명과 외부 전문가의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3단지 319동 34층 복도 벽면의 초기 실금 모습(왼쪽 빨간 원)과 현대건설이 이를 보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V컷팅 공법으로 파놓은 모습(오른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당 균열은 탑층 수직 부위와 수평 부위 시공 간 시차로 인해 발생한 미세한 균열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하자 처리 대상"이라며 "입주민이 제기한 균열 사진은 하자 보수 과정에서 실시한 'V컷팅 공법' 도중 커 보인 것일 뿐이고 균열이 확대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 전 과정을 입주민에게 충분히 안내하지 못해 혼선이 있었던 점은 유감이다. 현재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소통을 통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며 "입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탑층 구간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외부 안전진단기관을 통해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문제가 발생한 곳은 3단지 319동 34층 한 곳이고 동일한 문제가 다른 곳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시멘트는 경화 초기에 수축과 팽창 특성으로 인해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현상으로 시공사 책임 하에 보수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입주자들이 요구한 예방 대책과 관련해서 현대건설 측은 "시멘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보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V컷팅 공법은 일반적인 하자 보수 방식이라서 안심해도 되고 추가 균열 여부는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2단지 전경. (사진=문재혁 기자)
■ 2단지도 문제…커뮤니티 통해 곳곳 균열 문제 지적
문제는 이곳뿐이 아니다. 3단지의 또 다른 곳과 2단지에서도 균열 문제가 발생했다며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2단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구간이다.
3단지 고층부 복도 외에도 에어컨 실외기실 내부나 세대 내 벽면 등에서 추가 균열이 발견되면서 하자 발생 범위가 특정 동을 넘어 단지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입주민은 지난 5월부터 거실 아트월과 발코니 사이의 단차 문제를 호소하며 시공 불량 가능성을 제기해왔다는 게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도어락과 문틀 정합 문제로 문이 안쪽에서 열리지 않는 사례도 글이 올라왔다. 이로 인해 거주자가 일시적으로 내부에 갇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당 도어락은 현대HT가 납품 및 시공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현대건설이 시공한 3단지의 또 다른 균열(왼쪽)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2단지의 균열(오른쪽) 모습. (사진=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
입주자들은 이러한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이유로 "단순 마감재 하자를 넘어서 구조적 문제나 설비 전반에 대한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입주자들은 국평 시세만 29억원에 달하는 고급 단지인 만큼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입주자대표 측은 "현대건설과 협의 과정에 있고 언론의 추가 질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밝혀왔다.
■ 강동구청 "8월 5일까지 진단 결과 제출 요청…시공사 전체 전수조사 착수"
강동구청도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한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강동구청은 현대건설에 오는 8월 초까지 진단결과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을 뿐 자체적으로 안전 점검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공동주택관리팀 정현숙 팀장은 "8월5일까지 현대건설 측에 자체 진단 결과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결과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진행된 준공 인가 전 점검에선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선 감리 점검 외에 구청이 직접 안전관리를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동구청 재건축공공지원팀 박광덕 팀장은 "건축현장 안전은 현대건설 감리자가 주관하며, 인허가권자인 구청은 분기별 감리 점검만 실시한다"며 "당시 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대건설의 자체 진단 결과가 발표된 이후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주택관리팀 정현숙 팀장은 "현대건설을 포함해 해당 단지 시공에 참여한 모든 시공사에 전수조사를 28일에 요청했다"고 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건설, 롯데건설 모두 "아직 공문을 받아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 건설사들은 "전수 조사 요청이 올 경우 성실하게 응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