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스 포 휴머니티(TFH)가 지난 1일 샘 올트먼이 참석한 가운데 ‘At Last’ 행사를 열고, 인간임을 확인하는 도구인 오브 미니(Orb mini)의 출시 등을 밝혔다./사진=TFH 제공

한때 '지브리풍'으로 사진을 변환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다만 유행은 며칠 가지 못하고 사그라 들었는데요.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꾸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브리의 팬 입장에서 보자면, '지브리풍' 열풍은 오히려 '스튜디오 지브리'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지브리풍' 사진을 수만장 엮어도 절대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니까요.

AI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흉내 낼 수 없는 지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벼랑 위의 포뇨'(2008)라는 작품의 엔딩 크레디트가 대표적입니다. 작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작품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이름이 열거되는데요. 각각의 이름 앞에는 캐릭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자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그려넣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깜짝 '선물'인 셈인데요. 창작자의 고뇌와 수고를 이토록 사랑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AI를 이용한 창작을 경멸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랑 위의 포뇨'(2008)에 엔딩 크레디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작품에 참여한 작가들을 캐릭터로 표현해 놓았다./사진=벼랑 위 포뇨 캡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개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주는 도구임은 틀림없습니다. AI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좀 아둔하고 어리석게 보이기까지한 요즘입니다. '지식인'이라는 말도 소멸 직전입니다. 세계 패권도 AI 중심으로 재편 중입니다. 새로운 AI가 등장할 때마다 경제는 요동칩니다. 권력은 이미 인간에서 AI로, 국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어간 듯 보입니다.

챗GPT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샘 올트먼은 디지털 신원 및 금융 네트워크인 월드(World)를 설립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지난 1일 공식 선언했습니다. 월드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임을 증명(Proof of Human)’하는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제 기계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챗GPT라면 곧바로 답을 하겠지만, 글쎄요. 인간인 저는 대답하기 좀 꺼려집니다.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 것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니까요. 어쩌면 일종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넥서스'에서 "비인간 지능이 우리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지금 인류는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 가장 영리한 동물'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AI 개발자들을 만날 때마다 "왜 그렇게 서두르느냐"고 묻는다는데요. 개발자들은 하나 같이 "내가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비인간 지능을 통한 자멸 경쟁'입니다.

샘 올트먼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지금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질문을 곱씹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