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따옴 라이트' 2종. (사진=김성준 기자)
“탄산음료 마시면 뼈 삭는다. 몸에 좋은 주스를 마셔라.”
누구나 부모님에게 한번쯤 들어봤을 잔소리죠. 실제로 탄산이 뼈를 손상시키진 않지만, 과일주스에 비타민 등 양양소가 풍부한 것도 사실이라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설탕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함께 ‘제로 슈거’ 열풍이 불면서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건강한 음료 선택지에서 주스를 지우고 그 자리에 각종 제로 음료를 채워 넣고 있죠.
탄산음료들은 다양한 제로 슈거 제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트렌드에 편승했지만, 과일주스는 여기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과일을 원재료로 하는 만큼 과일 자체에 포함된 당분을 낮추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액상과당이 가진 위험성도 널리 알려지면서 과일주스는 음료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일주스 시장이 뒷걸음치는 와중에도 시장에 새로 진입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빙그레가 '자연에서 갓 따옴'이라는 콘셉트로 선보인 ‘따옴’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과일’과 ‘건강’에 초점을 맞춰 설탕·색소 등을 넣지 않고 과즙·과육·천연향만을 사용한 점을 차별화요소로 내세웠죠. ‘따옴’은 주스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 속에서도 출시 3년 만에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후발주자임에도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빙그레는 ‘따옴’ 브랜드 외연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습니다. 가정 내 소비를 겨냥한 대용량 제품, 레드믹스·옐로우믹스 등 과채주스 제품과 납작복숭아를 사용한 주스, 어린이를 겨냥한 유기농 주스 등 제품군을 갖췄죠. 과일 맛 아이스바 ‘따옴바’, 과일 스무디 아이스크림 ‘따옴 트위스트’ 등 단순히 주스에 그치지 않고 빙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칼로리와 당 함량은 낮춘 ‘과채음료’ 신제품까지 선보였는데요. 저당·저칼로리를 콘셉트로 삼은 ‘따옴 라이트(Light)’ 입니다.
■부담 없이 즐기는 과일맛, 가볍고 깔끔한 음용감
'따옴 라이트' 청사과맛(왼쪽)과 복숭아맛(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따옴 라이트’는 청사과 맛과 복숭아 맛, 2종류인데요. 먼저 패키지 디자인은 깔끔한 편입니다. 브랜드 이름을 활용한 ‘따옴표’ 로고를 흰 말풍선으로 확대하고, 주변 배경은 과일 원물 그림과 원물에 맞는 색상으로 꽉 채웠습니다. 따옴표 아래에는 저당, 저칼로리 문구를 삽입해 제품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쭉 뻗은 원통형 용기는 꽤 단단한 편으로, 12각형으로 조금씩 각진 모양 덕분에 손에 잡기도 편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디자인이지만, 밝고 옅은 톤 때문인지 진열대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진 않았습니다.
저당 및 저칼로리를 표방한 제품인 만큼 영양정보도 확인해 봐야겠죠.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쓸 칼로리는 청사과맛이 48kcal, 복숭아맛이 32kcal로 과채음료 치고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당류 역시 각각 8.2g, 5g으로 330ml라는 용량을 고려하면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수준이죠. 과일 농축액 외에 감미료로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을 사용했고 향료도 청사과가 3종, 복숭아가 4종을 사용했습니다. 과일맛을 유지하면서 열량을 낮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기존 ‘따옴’ 과채주스와 달리 천연재료만 함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지해야 합니다.
흰색 뚜껑을 열면 뚜렷한 사과향과 조금은 옅은 복숭아 향이 올라오는데요. 익숙한 과일향에 향도 특별히 강한편은 아니었지만, 향의 휘발성이 약해서 잔에 따라두고 시간이 꽤 지나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내용물은 각각의 과육 빛을 희미하게 띈 불투명한 색상으로, 실제 과즙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음료를 한모금 머금으면 희미했던 과일향이 단맛과 어우러지면서 좀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데요.
인공감미료 특유의 단맛이 따로 튀지 않고 과일향에 잘 녹아든 느낌입니다. 바디감은 굉장히 가벼워서 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고, 당류가 적다 보니 혀에 남는 끈적함도 덜해 깔끔한 음용감을 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상황에서 편하게 마시기 좋은 음료라는 인상입니다. 특히 시원하거나 미지근하거나 맛과 향에 별다른 차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빙그레는 ‘따옴 라이트’를 통해 ‘따옴’ 브랜드 카테고리를 확장함으로써 다양한 소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인데요.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과일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전달한다는 ‘따옴’ 브랜드 콘셉트를 살리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는 판단입니다. 빙그레가 꺼내든 저당·저칼로리 ‘과채음료’ 카드가 ‘따옴’ 성장의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