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사진=연합뉴스
서씨의 시아버지는 최근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여성 A씨의 제안에 따라 강남 소재 안과에 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A씨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그에게 "매일 차로 모시고 다니며 진료를 도와드리겠다"며 강남 안과로 유인했다. 서씨의 시아버지는 결국 강남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이 크게 호전되진 않았다. 이후 A씨는 잠적했고, 결국 시아버지를 강남 안과까지 모시고 다니는 건 고스란히 서씨의 몫이 됐다.
간단한 규칙과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로 고령층이 몰리면서, 파크골프장이 의료 브로커들에게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노인정 등을 돌며 백내장이나 도수치료를 권하던 의료 브로커들이, 이제는 파크골프장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의료 브로커는 의료 기관에 환자를 소개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중개인 등을 말한다. 주로 비급여를 보장해 주는 실손 보험의 허점을 파고들어 불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계는 오랫동안 실손 보험의 적자 원인으로 지목됐던 백내장 수술 뒤에도 브로커의 개입이 있었던 보고 있다. 브로커들이 '잠재 고객'인 고령층이 몰려있는 곳을 파고들어 한방 병원 등에서 비급여 진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백내장 치료 등 10대 비급여 치료 항목은 오랫동안 과잉치료의 대명사로 분류돼 왔다. 모두 국민건강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진료 가운데 실손보험금 지급이 많은 항목들이다.
정부는 불법·과잉치료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개혁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의료체계 정상화와 보험료 공정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을 공개했다. 5세대 실손보험 개혁안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비급여 보장한도를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상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