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례적인 호황을 기록하며 대형 건설사 간 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오는 28일 예정된 울산 B-04구역과 서울 가락1차 현대, 미아 9-2구역 등의 시공사 선정 결과에 따라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액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울산 남구 B-04구역 재개발사업(공사비 약 7000억원)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서울 가락1차 현대는 롯데건설이, 미아 9-2구역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각각 단독 입찰해 사실상 시공사로 내정된 분위기다. 예정대로 수주가 확정되면 삼성물산은 상반기 누적 수주액 5조7213억원을 기록하며 정비사업 수주 순위 1위에 오르게 된다.
삼성물산 개포우성7단지 제안 래미안 루미원 단지 정면 업샷 이미지 (사진=삼성물산)
현재까지의 상반기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건설(5조1987억원), 포스코이앤씨(5조302억원), 삼성물산(5조213억원) 등 3개 사가 나란히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3강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들이 상반기에 거둔 수주액은 총 15조2502억원. 이는 전체 수주액 26조923억원의 58.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9조8261억원보다 약 2.6배 늘어난 수주금액이다. 상반기 기준으론 지난 2022년 20조518억원 이후 3년 만에 2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정비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건설사별 주요 수주 내역을 보면 현대건설은 구리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원)을 비롯해 연산5구역(7657억원), 구운1구역(3123억원), 장위9구역(3502억원), 개포주공6·7단지(1조5138억원), 면목7구역(2920억원) 등 다수의 대형 사업장을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수택동 외에도 이수 극동·우성 리모델링(1조9796억원),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1조2972억원), 방배15구역(7553억원), 광장동 상록타워 리모델링(1560억원) 등에서 시공권을 따내며 2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 구리 수택동 재개발사업지 랜드마크 타워. (사진=현대건설)
삼성물산은 상반기 초반 누적 수주액 5조 원을 가장 먼저 돌파했지만 수택동 수주에서 한발 늦은 탓에 현재는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주요 수주 실적으로는 한남4구역(1조5695억원), 장위8구역(1조1945억원), 신반포4차(1조310억원), 대림가락(4544억원), 광나루현대(2708억원), 방화6구역(2416억원), 한양3차(2595억원) 등이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달 말 울산 남구 지역에 단독 입찰 건이 있어서 그때 기준으로 보면 올 상반기 수주금액이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서울 핵심지 대형 정비사업들이 대거 예정돼 있어 수주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업지는 성수1지구. 이곳은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에 총 55개 동, 최고 65층, 총 9428가구 규모의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로,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조합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올 3분기 내 본입찰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강남권에서는 개포우성7차 재건축(공사비 약 6778억원)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다. 양사는 단지명 제안, 입찰보증금 선납, 공사비 유예, 대안설계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며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으며, 조합은 오는 8월23일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공사비 8000억원 규모의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이달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등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당초 초대형 수주전으로 주목받았던 압구정2구역(공사비 약 2조원)은 삼성물산이 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건설 단독 경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정비사업은 사실상 유일한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형사 중심으로 서울 핵심지 위주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일부 건설사는 조합에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거나 홍보 경쟁을 벌이며 수주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어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사업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하반기에도 정비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