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보험개발원, 10개 보험사 CEO와 함께 간담회를 갖고 있다.(자료=금융위원회)
지난 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방안’을 두고 보험업계에선 불건전 영업 감소 등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다. 다만, 보험사들의 판매채널 전략 수정 등 구조적인 변화가 뒤따를지에 대해선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A보험사 관계자는 2일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 관행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유지관리 수수료가 신설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당국 개편 방안에 따르면 보험계약 초기에 설계사에게 집행되는 선지급 수수료는 상품 설계시 정해진 계약체결 비용 한도 내에서 지급돼야 한다. 대신 유지관리 수수료가 신설돼 계약 유지 기간(최대 7년) 동안 매월 나눠서 지급된다. 유지관리 수수료는 계약 유지기간이 길수록 총수령액이 증가하는 구조고, 특히 계약체결 5~7년 차에는 장기 유지 수수료를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높은 시책비와 정착지원금을 걸고 ‘설계사 빼가기’ 경쟁이 암암리에 있었는데 바뀐 제도에서는 그런 부분이 고쳐질 것 같다”며 “5~7년 차에 추가 인센티브 지급이 가능해지면 확실히 설계사 입장에서도 계약을 장기로 가져가려는 유인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전해왔다.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의 한 관계자도 “대형 GA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형 GA들에서도 불법적이거나 편법적 영업 관행이 이미 상당부분 사라졌다”며 “판매채널 쪽 가이드라인이 좀 더 명확해지면 이런 흐름이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 개편안에 따라 GA의 영업력 타격 여부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했다.
GA 다른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들이 GA로 대거 이동한 배경에는 높은 수수료와 정착지원금이 있다”며 “둘 다 막히게 되면 교육, IT 등 지원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속설계사 쪽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2~3년 동안 GA 쪽으로 대규모 설계사 이동이 있었는데 그 흐름이 멈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의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C보험사 관계자는 “근래 전속설계사들의 이탈률이 높았던 것은 보수 총액의 문제도 있지만 소속 보험사 상품만 팔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더 큰 이유였다”며 “대형 GA의 경우 생보, 손보 구분 없이 모든 상품을 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대형 보험사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속설계사와 GA 설계사 간 보수 총액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 한 GA의 강점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D보험사 관계자는 “GA 안에서도 자회사형 GA, 대형 GA, 중소형 GA 등 위상이 제각각인데 대형 GA의 경우 이번 개편안으로 타격을 입을 부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자회사형 GA는 전속설계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면 중소형 GA가 개편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앞서 대형 GA 관계자도 “제도 변화로 인해 회사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예전에 비해 경쟁력 있는 설계사를 스카웃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제도 안착 전에 높은 시책으로 유인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선지급 수수료 제한 및 판매수수료 분급, 유지관리 수수료 신설, ‘1200% 룰’ GA 확대, 상품별 판매수수료 비교공시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방안’을 전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판매수수료 개편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했으나 GA 반발 등 업계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확정안 발표는 미뤄왔다. 이에 약 6개월 동안 20차례 이상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당국이 판매수수료 금액 고지 의무화를 유보하고, 조직·인력 운용비 등을 보장하면서 GA도 한 발 물러나 개편안을 수용했다.
개편안은 3분기 중 규정 개정이 완료되지만 충분한 유예기간을 거친 뒤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유예기간 중 불건전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판매채널 운영 방식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고 설계사 소득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개정 규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 규정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판매수수료 분급은 2027~2028년 4년 분급을 거쳐 2029년부터 7년 분급이 시행된다. 판매수수료 비교공시는 내년 1월부터, ‘1200% 룰’ 확대 적용은 내년 7월부터 각각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