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안티푸라민 패밀리.사진=유한양행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1897년 국내 첫 제약기업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이 등장한 이래 130여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생명의 구제'에서 시작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한 삶'을 향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조'란 '블록버스터 제품' 탄생 신화를 쓰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주요국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들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에 뷰어스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토대를 다지고 성장을 견인한 각 기업들의 장수브랜드 발자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안티푸라민은 주위에서 안 써본 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익숙하고 친근한 가정상비약입니다. 오늘날 안티푸라민은 18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연매출 300억원이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나아가고 있죠. 안티푸라민의 역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유한양행 창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소아과를 운영하던 유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의 제안과 조력으로 안티푸라민을 선보였습니다.
1926년 유한양행이 설립할 당시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약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곤 했습니다. 즉,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 자체 제품 1호로 출시된 것이죠. 일제 강점기이자 제약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이 근대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많은 국민들이 가벼운 부상조차 치료가 어렵고 제대로 된 의약품이 아닌 민간요법에 의지하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안티푸라민이라는 브랜드명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입니다. 제품의 특성을 그대로 설명한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의미인데요.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걸 경계해 명확한 제품명을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930년 대 신문 광고에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 등의 문구를 넣은 것도 그 같은 경계의 뜻이라는 해석입니다.
안티푸라민 연고의 주성분은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칠 등으로 소염진통 작용, 혈관확장 작용, 가려움증 개선 작용 등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다량의 바세린 성분도 함유되어 뛰어난 보습효과도 보입니다.
안티푸라민 연고(1961년)사진=유한양행
안티푸라민은 대한민국 진통소염제의 대명사로 빠르게 자리잡았습니다. 반면 제품의 매출 규모는 1990년대 출시한 안티푸라민에스 로션을 포함해 연간 20~30억 수준에서 오랫동안 정체를 보여왔습니다. 현재의 대표품목이나 미래 전략품목은 아닌 ‘과거의 유산’에 머물렀던 것이죠.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0년을 즈음이었습니다. 크게 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축소되지도 않는 안티푸라민이 단단한 지지 소비층을 갖고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요. 즉 안티푸라민 연고라는 제품이 아닌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가진 힘과 가능성을 믿은 것이죠.
이에 유한양행은 2010년대 초반 안티푸라민의 첩부제(파스류)와 스프레이로 적극적인 라인업 확장을 추진했습니다.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4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안티푸라민 패밀리’를 구성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안티푸라민이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종합 소염진통제 브랜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어 유한양행은 현재까지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코인플라스타, 냉찜질과 온찜질 기능을 함께 지닌 안티푸라민 더블파워,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감소시키는 제품인 안티푸라민케토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진통, 소염에 효과적이고 안정성이 높은 대표적 성분인 이부프로펜이 포함된 안티푸라민 빅파워 플라스타를 출시하면서 현재 18종의 라인업을 갖춘 상태입니다.
또한 안티푸라민은 손흥민 선수를 2019년부터 제품 광고모델로 선정해 소비자 커뮤니케이션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안티푸라민 제품 패키지 모델로 발탁하고 이를 적용한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을 선보였죠. 안티푸라민 파스 제품이 이른 바 ‘손흥민 파스’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안티푸라민은 ‘손흥민 효과’로 젊은 층에게도 ‘핫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장과 고객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덕분에 안티푸라민 패밀리는 출시 90년을 넘은 장수 브랜드임에도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죠.
안티푸라민 매출은 다양한 제형 확대 등으로 출시 80년이 넘은 2014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선 뒤 2021년 244억원, 2022년 298억원, 2023년 323억원, 2024년 359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안티푸라민은 90년 동안 고객의 사랑과 함께 장수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고객 지향적 신제품 개발을 통해 언제나 국민 ‘엄마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