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정비구역지정고시되면서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들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수주전의 분위기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단지 외벽에는 "여의도 최고 랜드마크를 완성하겠습니다"라는 롯데건설의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으나, 수백억원의 입찰 보증금 부담 등으로 삼성물산의 단독 입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 7개사 현장설명회 참석…삼성물산 독주?

21일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삼성물산, 롯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등 7개사를 초청했다. 입찰 마감일은 9월2일이며 복수 입찰이 성사될 경우 10월18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단독 입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조건 검토와 내부 판단에 신중한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대교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교아파트는 여의도에서 빠르게 추진 중인 핵심 단지로, 조합이 맡긴다면 단독이든 경쟁이든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 "이번 사업을 통해 여의도에 '래미안' 브랜드를 세우고, 대교를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고자 한다"며 "조합 일정에 맞춰 홍보설명회 등 필요한 절차를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입찰보증금 400억원 '현금 조건'…압박 요인 작용

이번 입찰의 보증금은 400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당시에도 입찰보증금이 500억원에 달했는데, 이번 대교아파트도 400억원을 현금으로 바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은 건설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자금 운용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입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부 건설사들은 이 같은 조건을 부담스러워하며 참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롯데건설 "내부적으로 검토 중"…개포우성4차 집중 행보 주목

주요 경쟁사로 꼽힌 롯데건설은 현수막을 통해 수주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제 입찰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며 준비해왔고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최근 강남 개포우성4차 수주에 집중하고 있어서 대교아파트에는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복수 현장을 동시에 수주하는 데 따른 리스크와 자금 부담 등이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입찰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좋은 사업지라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사업성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설계 여부 등을 포함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등 나머지 건설사들도 현설에 이름을 올렸으나 입찰 참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 재건축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 축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삼성물산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기엔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공식적으로는 경쟁 입찰을 선호하지만, 단독 입찰이 되더라도 브랜드, 품질, 책임 시공 등 기준 충족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동 61번지 일대에 위치한 노후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상 49층, 총 912가구 규모의 초고층 프리미엄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세계적 건축 디자인 그룹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계사로 선정하고 외관뿐 아니라 UX(사용자경험)까지 반영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