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 (사진=한화큐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시행으로 한화큐셀의 북미 태양광 사업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토대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한화큐셀은 이번 법안 시행으로 세액공제 축소와 투자 회수 딜레마에 직면했다.

■ IRA 기반 투자···OBBBA로 빨라진 투자 회수 계산서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해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큐셀은잉곳부터 웨이퍼·셀·모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미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젝트 풀가동 시 회사의 글로벌 연간 생산능력은 잉곳·웨이퍼 3.3기가와트(GW), 셀 12.2GW, 모듈 11.2GW에 달한다.

한화큐셀이 예상한 IRA 기반 세액공제(AMPC)는 연간 1조원 규모로 추산됐지만 이번 법안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의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가 2027년 말로 조기 종료된다. 특히 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전력 생산 개시’ 기준으로 요건이 강화돼 2027년 말까지 실제 전력 생산을 시작하지 못하면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워진다. 솔라허브가 연내 가동을 시작하더라도 수익성 회수에 시간적 제약이 생긴 셈이다.

■ 설비 증설→재무 부담 급증…차입금 14조원 육박

한화큐셀의 현지 설비 증설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도 급격히 늘었다. 한화솔루션(한화큐셀의 모기업)의 총차입금은 2022년 7조7200억원에서 2023년 12조87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엔 14조원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도 2022년 2262억원에서 지난해 548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선 올해 6000억원을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OBBBA 통과로 인한 보조금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한화큐셀의 미국 태양광 공장 운영 수지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다만 법안 시행 1년 이내에 착공하는 사업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는 조항이 남아 있어 한화큐셀의 솔라허브 일부는 기존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주택가의 태양광 패널 (사진=EPA연합뉴스)

■ 경쟁사 부실로 반사이익 기대…반덤핑 청원도 변수

주택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는 한화큐셀의 강점이다. 미국의 선파워와 선노바 등 경쟁사들이 연이어 파산 위기를 맞으며 반사이익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청원도 제출했다.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만약 관세가 부과되면 한화큐셀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한화큐셀은 미국 정부에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요청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 기업들이 우회 수출을 위해 활용해온 생산기지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제조기반을 가진 한화큐셀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IBK투자증권은 “한화큐셀은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번 관세 청원에서 직접적인 비용 증가 리스크가 없다”며 “오히려 미국 내 점유율 확대 기회”라고 분석했다.

■ 불확실성 해소 vs 구조적 둔화…시장도 갈팡질팡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DB금융투자는 “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한화큐셀의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미국 청정에너지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와 공급망 규제를 계속하면 새로운 비용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큐셀의 주택용 태양광 시장 지배력은 공고하지만, 정책 변화가 반복되면 미국 내 투자 전략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