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强)달러, 수출 효자냐 부담이냐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20원선까지 오르면서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 한국 산업의 수익 계산법을 뒤흔들고 있다.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지만,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기업들은 ‘환율의 역설’ 속에서 전략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톤당 수출 단가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미국·동남아 시장에서 일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하지만 원가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대형 철강사의 원가 부담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 일정 부분 방어가 가능하지만 내수 비중이 큰 중소형 철강사는 타격이 훨씬 크다.
정유·화학업계는 고환율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유·나프타를 전량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 좋더라도 환차손은 이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정유사들은 대량으로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해 결제 시점의 환율 상승분이 환차손이 된다. 2023~2024년 고환율 국면에서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모두 영업이익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다.
■ 수출 단가 개선 vs 원가 압박···보이지 않는 위험 혼재
조선업은 달러 결제 장기계약 비중이 커 환율 상승의 대표적 수혜 업종이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은 올해 수주 계약의 절반 이상을 1300원대 이상 환율로 체결하며 원화 환산 매출을 끌어올렸다. 기자재 수입 부담도 증가하지만 후판 등 원가 구조는 원화 비중이 높아 수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달러를 차입한 기업은 환율 상승시 이자·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 구매가 모두 달러로 결제돼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환율 대응이 어렵다.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면서도 납품 단가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단기 수익성 개선을 안겨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부채 증가·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율 상승은 장기 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생존을 위해 환율에 기댄 호재보다 변동성을 버틸 체질 전환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