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뷰티페스타 2025 입장을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 3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입구. ‘컬리뷰티페스타 2025’ 현장은 평일 오후임에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입구를 따라 늘어선 줄은 복도 끝까지 이어졌고 사람들은 큐알코드를 띄운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천천히 이동했다. 현장 스태프가 안내 방송을 반복했고 데스크에서는 입장 팔찌와 팜플렛을 나눠주는 손길이 분주했다.

한 관람객은 “2시 20분쯤 도착했는데 3시가 다 돼서야 들어왔다”며 “평일인데도 대기 시간이 40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대기 줄에는 20~30대 여성이 많았고 일부는 친구와 나란히 선 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30대 여성 방문객은 “단순히 브랜드를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해서 기다릴 만했다”며 “요즘은 향과 질감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사장 복도 곳곳에는 ‘뷰티페스타 2025’ 보라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벽면을 따라 퍼졌다. 복도 안쪽으로 들어서자 향이 짙어지며 본격적인 체험 공간이 열렸다.

■ 다섯 개의 정원, 향과 빛으로 구분된 체험

컬리뷰티페스타 2025 내부 전경. (사진=컬리)

전시장 내부는 벽체 없이 넓게 트여 있었고 중앙의 안내 표지판에는 ‘세레니티·레디언스·바이털리티·헤리티지·센시스’ 다섯 개의 정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각 구역은 조명 색·향·음악으로 분위기가 달라, 관람객들은 정원을 산책하듯 이동했다. ‘세레니티(Serenity)’ 정원은 자연주의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됐다. 라벤더 향이 은은히 퍼졌고 초록빛 조명이 잎사귀 무늬를 그렸다. 테이블 위에는 투명 용기에 담긴 크림과 오일 샘플이 놓여 있었고 방문객들은 손등에 덜어 질감을 비교했다. 유리병이 닿는 소리와 시향지의 바스락거림이 공간을 채웠다.

‘레디언스(Radiance)’ 정원에서는 색조 메이크업 시연이 진행됐다. 나스(NARS) 아티스트가 모델의 피부에 하이라이터를 바르는 장면이 스크린에 확대됐고 관람객들은 손에 든 샘플로 같은 색을 발라보며 따라 했다. 옆 부스에서는 피부톤 분석 프로그램이 운영돼 자신의 컬러를 진단받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바이털리티(Vitality)’ 구역에서는 스킨수티컬즈의 ‘9가지 얼굴 주름 컨설팅’과 켄트(Kent)의 칫솔 각인 서비스가 동시에 진행됐다. 기계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고, 분석 결과가 출력되는 동안 상담 직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한쪽에서는 케라스타즈가 두피 상태를 측정해 맞춤 솔루션을 제안했다. ‘헤리티지(Heritage)’ 정원은 향수와 헤어 브랜드 중심이었다. 노란 조명이 병 표면에 반사됐고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흘렀다. 제품 옆에는 브랜드의 설립 연도와 첫 출시 연혁이 적힌 표식이 붙어 있었다. 마지막 ‘센시스(Senses)’ 정원에서는 향과 촉감이 함께 작동했다. 바닥이 직물로 덮여 있어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걸었고 시트 재질이 바뀔 때마다 조명이 변했다.

한 외국인 방문객(20대 여성, 일본)은 “SNS에서 후기를 보고 일부러 일정 맞춰 왔다”며 “한국은 향이나 조명 연출이 섬세하다. 단순한 박람회보다 감각적이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대기하던 대학생 커플은 “평소 컬리를 자주 쓰는데 앱에서 보던 브랜드를 직접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 체험에서 구매까지…감각의 흐름으로 이어져

각 부스마다 체험을 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행사장은 오후가 되자 인파가 정점을 찍었다. 관람객들은 제품을 만지고 향을 맡으며 부스를 오갔고 곳곳에서는 참여형 이벤트가 이어졌다. 바닐라코(BANILA CO) 부스에서는 룰렛이 돌아갈 때마다 환호가 터졌고 당첨된 방문객에게는 즉석에서 미니어처 제품이 증정됐다. 한 20대 여성은 “SNS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단순히 제품을 보는 게 아니라 놀면서 경험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람객은 “이런 이벤트가 브랜드를 더 친근하게 만든다”며 “전시라기보다 축제에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모든 체험대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었고 스캔하면 컬리 앱 상품 페이지로 바로 연결됐다. 일부 브랜드는 현장 인증 시 사은품을 제공했고 직원들은 입장 인원을 분산시키며 안내를 이어갔다. 현장 스태프는 “이번 행사는 판매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며 “소비자가 직접 향·제형·질감을 느끼며 자신의 취향을 찾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문객 상당수는 시향지에 메모를 남기거나 QR코드를 저장하며 체험을 이어갔다. 행사장은 ‘보고 사는’ 공간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 컬리의 실험 “큐레이션을 공간으로 옮기다”

오후 4시가 되자 방문객들은 시향지와 리플릿을 손에 든 채 부스를 오가며 마지막 체험을 이어갔고 여러 브랜드의 향이 공기 중에 겹쳐 퍼졌다. 행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활기를 띠었고 곳곳에서 브랜드 음악과 관람객들의 대화가 뒤섞여 페스타 특유의 열기를 만들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컬리의 실험은 더욱 뚜렷해졌다.

컬리가 뷰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컬리는 2024년 첫 ‘컬리뷰티페스타’를 기점으로 식품 중심 이미지를 벗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후 브랜드 협업과 기획전을 잇따라 선보이며 뷰티 카테고리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고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PB) 론칭 준비에도 착수했다.

컬리 측은 “현재 뷰티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내년 상반기 PB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컬리는 이번 ‘뷰티페스타’를 ‘큐레이션의 공간화’로 정의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추천하던 방식을 벗어나 브랜드의 감각과 철학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판매보다 체험에 정보보다 감각에 중심을 두며 ‘컬리식 큐레이션’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했다.

컬리 관계자는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느끼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큐레이션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오프라인 경험을 확대하고 브랜드와 고객이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