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025년 LS 공채 신입사원들에게 LS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돼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사진=LS그룹)
■ LS전선,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 1366억원 세액공제 확보
미국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몰고 온 청정에너지 보조금 축소와 조기 종료 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LS그룹의 움직임은 다르다. LS전선의 미국 투자에는 변동성이 적었고, 배터리 소재 계열사는 대체 사업으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내세운 ‘양손잡이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LS전선의 미국 법인 LS그린링크는 최근 48C 세액공제(9906만 달러, 약 1366억원)를 확보했다. IRA 핵심 조항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OBBBA의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덕분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계획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LS전선은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약 1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8년부터 초고압직류(HVDC) 해저케이블 양산을 시작해 북미 해상풍력 시장을 정조준한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 30GW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 내 해저케이블 공급 부족은 오히려 LS전선의 기회다.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하며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 (사진=LS전선)
■ IRA 업은 수출 ‘우려’···관세 리스크에 전력설비 투자 비용 상승까지
지난해 해외 매출이 50%를 돌파한 LS일렉트릭은 셈법이 조금 복잡하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이번 IRA 재설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25%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LS일렉트릭의 변압기는 전량 한국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대외국 관세 확대 정책이 변압기 수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구리 가격의 상승은 원가 압박을 키우는 요인이다. 구리는 변압기와 전력기기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배터리 사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IRA 첨단제조세액공제(45X)는 유지됐지만, 중국산 소재 사용을 제한하는 조건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급속도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LS일렉트릭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
■ 황산니켈·전구체 내재화로 경쟁력 확보···‘脫중국’ 공급망 재편 속도
소재 산업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산 소재를 배제하는 FEOC(우려국기관) 규정이 강화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인 상황은 오히려 LS일렉트릭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FEOC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우려 대상 외국 기관’을 의미한다. 해당 국가들에서 추출·가공한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중국산 전구체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상황에서 FEOC 규제는 오히려 비중국산 전구체 수요를 키울 수 있다. LS일렉트릭과 엘앤에프가 합작한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은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5월부터 시운전에 돌입했다.
비철소재 계열사 LS MnM도 움직이고 있다. 울산과 새만금에 2조 원을 투자해 황산니켈 생산라인을 구축, 2029년까지 연간 6만2000톤의 황산니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약 125만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특히 원료 단계부터 FEOC 규정을 피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인도네시아 등에서 비중국 계열 광물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Bastrop)시에 위치한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 (사진=LS일렉트릭)
■ 유효한 '양손잡이 전략'···손끝의 무게는 달라
LS전선은 IRA 조기폐지 논란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고 LS일렉트릭은 ESS, 전기차 부품, 배터리 소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 손은 자유롭고 다른 한 손은 여전히 무겁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AI 시대의 전력인프라가 LS의 기회”라며 전력·배터리·전기차 부품을 키우는 ‘Vision 2030’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LS의 양손잡이 전략이 변동성이 큰 미국 정책 리스크를 버티며 지속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