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성지의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14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성지'는 오전부터 방문객들로 붐볐다. SK텔레콤이 이탈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내놓은 위약금 면제 정책이 이날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오후까지가 최대 혜택을 받으면서 번호 이동(통신사 변경)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은 14일까지 해지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하고 있다. 약정이 끝났거나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고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회에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오프라인 '성지(스마트폰 기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성지'는 이통3사 및 제조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을 활용해 구매자들에게 높은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대리점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단통법에서 정해진 지원금 상한을 넘기에 '불법 보조금'으로 간주된다. 다만 지원금 상한은 오는 22일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함께 사라진다.
현장에서는 각 매장마다 '최저가 보장', '공짜폰', '지원금 최대 규모'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매장을 찾아 번호 이동에 대해 묻자, 지원금을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답변이 돌아왔다. 직적접인 가격 언급 대신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 보여주는 식이었다.
이날 직원은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 시 갤럭시S25 울트라 모델에 최대 130만원(공시지원금 50만원+추가지원금 8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제시했다. 출고가 170만원의 기기를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11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여기에 제휴카드 할인 등을 더한다면 구매 금액은 공짜에 가까웠다.
현금을 추가로 돌려주는 '차비폰'은 갤럭시S25 기본 모델(128gb)이었다. 페이백 규모는 20~30만원 수준으로,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부가서비스 정책도 사라져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판매점 직원은 "어제(13일)도 정말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었고, 신규 개통만 수십여 건이었다"며 "너무 많이 개통하셔서 이날 오후면 관련 혜택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위약금 면제 종료를 앞두고 스마트폰 신규 구매 고객들이 몰린 영향으로, 아이폰16 등 일부 인기 모델은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단통법 폐지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는 통신사와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보조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된다.
한 판매점주는 "단통법이 없어지면 보조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담합으로 인한 가격 동결 등 악영향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되려 조건이 복잡해져 정보에 어두운 분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 역시 단통법 폐지만으로는 경쟁에 나설 유인이 부족하고,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 새로운 수요가 있어야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5일 삼성전자의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7·플립7 시리즈의 사전판매가 시작되지만, 이로 인한 지원금 경쟁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 판매점 직원은 "폴드7·플립7 시리즈의 평가가 좋긴 하지만, 해당 스마트폰은 디자인 호불호가 확연한 제품군"이라며 "올 가을 나올 아이폰17이나, 내년 초 갤럭시S26 시리즈가 나와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 정책 종료 이후에도 '고객보상패키지'를 운영한다. 해당 패키지는 통신요금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및 제휴 브랜드 할인 등의 혜택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