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후 직장문화의 변화

새 정부가 들어서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됐다. 이제 고용노동부도 새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시작으로 정년연장, 주 4.5일제 시행 등 향후 몇 년간 노사관계 현장은 급변이 예상된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관계법령의 개정으로 노사관계의 관행과 직장 내 문화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지금의 50대가 약 30년 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겪은 일을 소위 MZ 세대에게 말하면 놀라며 묻는다. “그게 사실이에요?” 혹은 “야만의 시대 아닌가요?”라면서.

직장 내 문화의 격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등공신은 단연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직장에서의 욕설, 폭력, 음주강권 등 구시대적인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기안을 올린 보고서를 수차례 반려했다는 이유로, 연차휴가를 다른 날 사용하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를 한다. 이런 무분별한 신고는 좋은 취지로 시행된 법령의 어두운 이면이자 권리의 남용이다.

그런데 남용보다 더 큰 문제는 악용이다. 직장에서 근태불량, 지시불이행, 근무태만 등 비위행위를 저지르고 발각되면 그 과정에서 상사와 갈등을 겪었다는 이유로 본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고자 보호제도란 무엇일까?

■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제도의 의미

노동관계법령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뿐 아니라 성희롱,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실을 회사 또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자를 보호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서는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위반 시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관련법령]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에 따라 괴롭힘 신고를 한 자를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성희롱 및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을 신고한 자 또한 관련 법령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호한다. 이것이 바로 노동관계법령 상 신고자 보호제도다.

위 법조문의 문언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그대로 해석해보자. 보호대상은 ‘괴롭힘을 당한 자’가 아니고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한 자’다. 터무니없는 신고를 하더라도 일단 신고한 사실 자체가 존재한다면 신고자로서 보호를 받는다.

해고만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해고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불리한 처우’ 일체를 금지하면서 그 금지 기간도 정하고 있지 않다. 즉, 문언 그대로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회사에서 수억원을 횡령한 근로자라 할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자는 해고 뿐 아니라 징계, 감봉 그 밖의 ‘신고자에게 불리하다고 보여지는 그 어떠한 조치’ 일체를 하지말고 정년까지 그 고용을 보장해야 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상식과 괴리가 있고,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참으로 끔찍한 상황이 펼쳐진다. 다행스럽게도 이 법을 해석하는 법원, 법을 집행하는 고용노동부 등 행정부는 우리의 상식에 근거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부의 판단 및 상식에 근거해 필자가 제기한 문제점들에 관한 답을 찾아보자. 우선 해고 외 ‘불리한 처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 금지되는 불리한 처우의 범위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에는 ‘불리한 처우’에 관해 법 뿐 아니라 시행령에 어떠한 정의도 예시도 없다. 법조문에 상당히 모호하고 주관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준수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이런 법조문의 모호성 덕분에 법조인들의 밥줄이 끊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남녀고용 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에서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성희롱 신고자 보호제도를 정하면서 불리한 처우의 예시를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두 법조문의 제정 취지상 성희롱 신고자와 괴롭힘 신고자를 달리볼 이유가 없으므로 고평법 조문을 괴롭힘 신고자에 준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고평법에서 예로 들고 있는 불리한 처우란 다음과 같다.

① 파면, 해임, 해고 등 근로자로써의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조치
② 징계, 정직, 감봉, 승진제한 등 징계조치
③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직무 미부여, 직무변경 등의 조치
④ 임금, 평가에 있어서의 차별적 조치
⑤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⑥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 등을 하거나 알고도 방치하는 행위
⑦ 그 밖에 위에 준하여 신고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⑦번으로 인하여 모호함이 100% 해소되진 않았지만, 법조문에 이정도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주는 것은 법조문들 중에서 상당히 친절한 편에 속한다.

■ 신고자, 무제한 보호 받을 수 있나

불리한 처우의 모호성보다 더 큰 문제는 신고자 신분이 되면 아무리 중한 비위행위를 저질러도 정년까지 무제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다행히 법원은 괴롭힘, 성희롱 신고한 것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만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즉, 신고와 불리한 처우간의 인과관계가 성립되어야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지, 어떠한 조치도 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를 하면서 ‘신고를 이유로’ 한 것인지 ‘비위행위에 대해 단죄하여 직장 내 질서를 바로잡고자’ 한 것인지 또는 ‘평소 진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한 것인지는 그 행위자 ‘내심의 의사’ 영역이다.

우리나라 판사들이 모두 독심술의 대가인 궁예는 아니므로, 법에 따라 내심의 의사를 해석해야 될 때에는 그 사람의 진짜 마음속 생각이 아닌 외부에 드러난 그 사람의 행위와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심의 의사, 즉 인과관계를 판단한다.

법원은 신고와 불리한 처우간의 인과관계 판단 시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된다고 한다.

① 해당 인사처분과 신고시기가 근접한가?
② 해당 인사처분을 한 경위와 과정은 어떠한가?
③ 해당 인사처분을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신고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는가?
④ 신고자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는가? 침해되었다면 그 수준은?
⑤ 해당 인사처분으로 신고자가 입은 불이익한 정도는?
⑥ 해당 인사조치의 종전 관행 또는 동종사안 대비 이례성과 차별성
⑦ 해당 인사처분으로 신고자가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 그 경과는?
⑧ 해당 인사처분에 관한 신고자의 주관적 의견과 협의 또는 합의과정

위 기준들을 보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의 판단을 받은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면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 보통 평범한 일반인의 상식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 마치며

살펴본 바와 같이 괴롭힘, 성희롱 신고를 했다고 하여 어떠한 비위행위를 저질러도 정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사현장에서는 직장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 또는 해고에 나아가고자 할 때 징계 또는 해고대상자가 괴롭힘, 성희롱 신고자인 경우 위 처벌조항을 이유로 징계 또는 해고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경우 그 피해는 사업주 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근로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최근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해고 사건 역시 같은 케이스다. 근태문제 등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하던자에게 사무실 출근을 명했더니, 그동안 문제삼지 않았던 발언을 괴롭힘이라고 문제삼으며 신고를 했지만 사업주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징계해고까지 나아간 사건이다.

다만, 이 사업주 역시 징계해고까지 나아가기 전 이 문제로 상당히 고심하고 괴로움을 겪었으며, 그 인고의 시간 동안 동료 근로자들은 업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직장 질서 또한 문란해졌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직장의 근무문화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지금도 개선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함께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될 시기다.


■ 이종언 노무사는 현재 노무법인 평정의 대표 노무사로서 고려대학교 재료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LG이노텍 인사담당 과장, 노무법인 유앤 수석노무사를 역임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사건을 다수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기업자문, 해고사건 수행, 관련 컨설팅 및 유튜브 채널 [해고라광장]을 운영하는 등 해고와 관련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