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HD현대)

■ HD현대·서버러스·산업은행, 한·미 조선산업 공동 펀드 조성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발언으로 다소 무겁게 시작됐지만 조선업을 매개로 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25일(현지시간) HD현대는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관자로 참석했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CEO, 김복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함께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조성되며 ▲미국 내 노후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을 주요 목표로 한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 참여해 투자 타당성 검토와 기술 검증을 담당한다. 서버러스는 운용을 맡고 산업은행은 한국 투자자의 참여 구조를 설계·지원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거침없이 지적하며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미국의 조선·제조업 르네상스 과정에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MASGA 프로젝트를 통한 조선업 협력을 공식화했다. 양 정상의 발언은 일부 선박은 한국에서 직접 주문하되,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에 투자해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복합적 모델로 해석된다.

■ 美 방산·상선 협력 이어 정비·투자까지… 조선업 부활의 주역 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MASGA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 것”이라며 “선박 건조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조선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CEO도 “투자와 기술을 결합한 전례 없는 파트너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의 노력, 한국의 과감한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은행은 금융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김복규 수석부행장은 “양국 간 신뢰와 파트너십의 산물로, 한국 금융계를 대표해 성공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는 올 들어 미국과의 협력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4월 미 방산업체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MOU를 체결했고, 6월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상선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달 초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 정비 사업도 수주했다.

이번 투자 프로그램은 그간의 협력이 축적된 결과이자, 한·미 정상회담 직후 실질적 성과로 연결된 첫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 화법 속에서도 양국이 ‘조선업 르네상스’라는 공동 목표에 발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