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포항제철소 4고로 풍구에 화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이 또다시 중대재해로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도 높은 경고를 날린 지 엿새 만에 유사 사고가 반복되면서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사망 사고는 포스코의 위험 외주화 관행과 사내 하청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장인화 회장은 대외 통상 리스크에 더해 ‘노동 안전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또 터진 사고…“6일 만에 다시 죽음, 무엇이 달라졌나”

지난 5일 오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사고는 지난달 28일 사망사고 이후 불과 엿새 만에 발생한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해 “아주 심하게 말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라며 “영업허가 취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노조 “10년 전과 판박이 대책” 비판

포스코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외부 전문가 영입, 대규모 안전 투자, TF 구성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에서는 “10년 전과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는 말이 나온다. 광양제철소에서 지난달 14일 발생한 사망 사고 이후에는 장인화 회장 직속으로 ‘그룹안전특별진단TF’가 출범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이와 별도로 또다시 사망 및 중대재해가 이어지면서 “계열사 간 안전 관리가 분절적이고 전사적 체질 개선이 없다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조는 반복되는 비극의 근본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와 ‘하청 구조 고착화’를 꼽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노조 참여형 TF’조차도 사전 협의 없이 일방 발표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현장 의견이 배제된 대책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노조는 “자생적 안전 시스템은 노동자의 목소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지금의 TF는 보여주기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 선방했지만…중대재해가 삼킨 ‘재무 리스크’

포스코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5560억원, 영업이익 6070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상으로는 선방했다. 철강 부문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35.6% 증가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과 보상금, 공사 지연 비용이 향후 실적에 반영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ESG 경영 신뢰도 하락은 글로벌 수출기업으로서 포스코의 평판에 심각한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의 50% 철강 관세,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포스코그룹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젠 사람만 바꿔선 안 된다”…진짜 혁신이 필요한 때

이번 사고는 단순히 포스코이앤씨라는 계열사의 이슈를 넘어 포스코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과 위기대응 체계에 대한 전면 재점검을 요구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책임자 문책에 그치는 대증요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외주화 구조를 깨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