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2025의 포스코퓨처엠 부스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철갑 두른 최고의 제철소에 번진 균열

한때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제철소’라는 타이틀로 한국 산업을 대표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철강 본업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이는 포스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치며 철강 가격이 급락했고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향후에도 수급 불균형, 관세 장벽, 대외 불확실성으로 철강 사업은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과 광양의 고로 체제는 여전히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만 고탄소 공정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포스코가 내세운 수소환원제철은 비전 차원에 머무른다. 대규모 수소 공급망, 막대한 투자비, 기술 완성도 모두 난관이 산적해 있다. 전기로 확대 역시 전력 수급 불안과 전기요금 부담,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 탓에 선언적 구호에 가까운 실정이다.

■ IRA·ESS 신사업 호재···그러나 불안한 기초체력

포스코는 철강 침체를 보완하기 위해 리튬·니켈·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 반등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는 업계 전반의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리튬 가격 상승은 양극재 마진 레버리지를 키우고, ESS 투자 확대는 배터리 수요를 늘릴 수 있다.

정부도 2026년 예산안에 RE100 산업단지 조성, 차세대 전력망 구축 등 4조2000억원을 배정하며 ESS 수요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포스코의 신사업에 단기적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은 여전하다. 글로벌 리튬 공급망은 이미 호주·칠레·중국 메이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포스코가 확보한 광산 지분과 생산 능력이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며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기도 어렵다. 지난해 광양 리튬 공장에서 발생한 분말 유출 사고는 안전관리 취약성과 투자 리스크를 동시에 드러냈다.

■ 동반자에서 ‘불안한 이웃’으로 추락

포스코의 균열은 단순히 재무 지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 본업의 수익성이 무너지고, 신사업은 불안정하며 안전사고와 환경 리스크는 지역사회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한때 지역사회와 성장의 과실을 나누던 ‘산업의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언제든 위험을 안길 수 있는 ‘불안한 이웃’으로 변했다.

이는 곧 지배구조 위기와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귀결된다. 본업의 침체와 신사업 리스크, 지역사회 불신이 겹쳐 쌓이며 포스코의 균열은 산업 경쟁력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