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장중 3600선을 돌파한 코스피, 사진=연합)
미국 증시, 금값 등 주요 자산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추석연휴 내내 이어졌다. 이에 연휴가 끝난 첫날 코스피지수도 3600선을 돌파,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최근 증시모드에 공감하면서도 원화약세 등 몇가지 변수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휴 기간 미국 증시는 연방정부 셧다운 지속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0.58% 오른 6753.72, 나스닥 지수는 1.12% 상승한 2만3043.38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상승세는 AI가 견인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지난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향후 5년간 6기가와트 규모의 AMD GPU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밝히자 이날 AMD 주가는 23.71% 급등해 203.71달러에 마감했다. 이후 8일까지 상승세가 이어지며 발표 이전 종가인 164.67달러 대비 43% 오른 235.56달러에 장을 마쳤다가 9일 소폭 조정 받으며 1.13% 하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도 효과가 있었다. 8일 그는 "AI 모델이 단순한 질답을 넘어 복잡한 추론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며 지난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에 대한 수요로 높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8일(2.2%), 9일(1.83%) 연속 상승하며 192.57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서학 개미들은 대규모 매수세로 호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3~9일) 미국 주식을 12억4188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치였던 2020년 추석 연휴(9월30일~10월4일) 당시 매수한 2억5795만달러의 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학개미 매수세는 AI·가상자산 등 빅테크·첨단 기술 관련주에 집중됐다. 올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모두 이에 해당됐다. 제일 선호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로 1억5117만달러를 매수했다. 이어 아이리스 에너지(1억462만달러), 메타플랫폼(9951만달러),테슬라(9653만달러)가 2~4위를 기록했으며 팔란티어(7위, 7864만달러), 엔비디아(8위, 7171만달러), 브도르컴(10위, 4990만달러)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자산 가격 상승세는 미국 증시에 국한되지 않고 금값까지 이어졌다. 8일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금값은 전년대비 54% 오르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함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라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도의 AI 공급망 구축 강화, 국채 금리 안정, 엔화발 유동성 확대 지속 및 낮은 신용위험 현상이 지속돼 주요 자산 가격 랠리가 지속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코스피도 동참했다. 연휴 후 첫 개장한 코스피는 10일 오전 3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반도체 업종 강세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이와관련, 증권가에선 고환율로 인한 원화 약세, 관세 협상 리스크, 글로벌 유동성을 변수로 꼽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3500선 이상에선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반도체 및 AI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3분기 실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환율이 1402원을 넘어서는 원화 약세는 불안 요인"이라며 "오늘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인 수급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약세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미국 관세 협상이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있으나 최소한 APEC 정상회담 이전까지 동 리스크에 대해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화가 강세 전환됐으나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변화시킬 정도는 아닌 만큼 글로벌 유동성이 활개칠 수 있는 여건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AI 과열 논란, 미국 연방정부 폐쇄 및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 논란 등 금융시장에 많은 걱정의 벽이 있으나, 주요 자산가격의 랠리는 AI 생태계 구축과 유동성 힘에 기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