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 용광로의 '뇌' AI, 공정의 눈과 귀 ‘센서’
포스코는 제철공정 전반에 AI를 접목해 ‘스마트 용광로’를 가동 중이다. 딥러닝 기술로 연료 성분과 용광로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조업 조건을 도출한다. 생산량은 240톤 늘고, 불량률은 줄었다. 포항제철소에는 선재 코일을 자동 이송하는 AI 크레인도 투입됐다. 비정형 제품을 인식해 ±20㎜ 오차로 운반하며 99.5%의 탐지율을 기록했다. 제강 공정에서는 ‘KR 자율조업’ 기술이 상용화돼, 쇳물 속 불순물을 AI 영상인식으로 제거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2냉연 아연도금라인에 AI 기반 불순물 감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머리카락 굵기(0.1㎜)보다 미세한 불순물을 잡아내 불량률을 30% 이상 줄였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수천 개의 센서가 진동·소음·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한다. 설비 정비 시점도 자동 제안하는 ‘예지정비(PdM)’ 체계를 구축해 사고를 선제적으로 막는다.
■·스스로 설계하는 도면···조선업의 변신
HD한국조선해양은 AI 기반 ‘스마트십 설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 도면 수십만 장을 학습한 AI가 배관 경로를 자동 설계하고, 용접 효율을 15% 높였다. 설계 변경이 자동 반영되면서 설계자의 수정 업무가 대폭 줄었다.
HD현대는 팰런티어와 손잡고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디지털 트윈과 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무인수상정(USV) 개발과 공정 자동화를 병행한다. 한화오션 역시 2026년까지 AI·IoT 기술로 용접·도장·물류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 화학산업, ‘데이터 반응’ 통해 실험실 바꾼다
화학업계는 변수가 복잡해 AI 도입이 가장 어려운 영역이지만, 변화 속도는 빠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대산 공장에 AI 품질예측 모델을 적용해 10분 단위로 불량 가능성을 진단한다. LG화학은 촉매 반응을 최적화해 생산 단가를 5% 낮췄고 효성화학은 온도·압력 제어를 자동화해 운전원의 실수를 최소화했다.
정유 플랜트도 AI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LG CNS는 S-OIL과 함께 플레어스택(가스 연소 굴뚝)을 영상분석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AI를 개발했다. 불꽃 색상과 연기 패턴을 학습한 AI가 이상 징후를 탐지하면 자동으로 밸브를 제어한다. GS칼텍스는 80만 개 설비를 관리하는 AI 기반 통합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며 ‘공정 디지털화’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 데이터가 곧 경쟁력···새 리스크 ‘보안’
AI 공장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 방대한 공정 데이터가 곧 품질과 생산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 안보의 핵심이기도 하다. 조선·정유·철강 등 국가기간산업은 사이버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공정 데이터 유출은 곧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은 지금 스스로 학습하는 공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불보다 뜨거운 것은 용광로가 아니라 데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