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진=하나증권)

"투자은행에 편중된 하나증권의 업무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적임자다. 하나증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다."

지난 2023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던 강성묵을 하나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하면서 하나금융지주가 밝힌 선임 배경이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그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그리고 2025년 말, 강 대표는 세 번째 연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 마이너스 2700억 '바통' 이어받은 강성묵 대표

2708억원 순손실.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강 대표가 넘겨받은 실적은 참담했다. 은행에 치중돼 있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가 자기자본 확충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올인'한 댓가는 2021년 반짝 실적(순이익 5066억원, 지주 내 비은행 실적 1위)으로 위안을 삼기엔 상처가 너무 컸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강 대표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부동산 PF에 편중된 수익구조 다변화.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를 비롯한 전통 기업금융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다행히 최악의 국면을 탈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자산관리(WM) 3355억원, 홀세일 412억원, 기업금융(IB) 1933억원, 세일즈앤트레이딩(S&T) 3112억원 등 전 사업부문에서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 역시 흑자전환(2251억원)했다. 지주 내 기여도도 6%대로 회복됐다.

다만 그이상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다시 18.6% 감소해 1068억원에 그쳤다. 지주 내 기여도 역시 4.6%로 다시 줄었다. WM 부문에서 랩·신탁·채권 상품 판매 감소로 영업이익이 3억원(-97.6%)에 그친 데다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평가손, 보유주식 평가손으로 2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 평가에서 느껴야 하는 좌절감은 더 크다. 타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3389억원)이나 신한투자증권(2589억원)이 동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6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교보증권(자기자본 2조9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106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은 강 대표의 체면을 구긴다.

다만, 시장은 하나증권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애프엔가이드는 충당금 부담 완화와 시장 회복세를 반영해 올해 하나증권의 순이익이 2590억원까지 회복될 것으로 봤다. 하반기 약 1500억원 가량 순이익 증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하나증권 관계자 역시 "시장 호황에 힘입어 상반기 부진했던 WM, IB부문이 개선세에 있다"며 "버거킹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단독 담당하는 등 개별 주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편집=문재혁 기자)

■ 대표 연임 열쇠인 하반기…반등 전략은?

올해로 취임 3년차인 강 대표.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특히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로까지 올랐던 그이기에 올해 증권 성적표는 대표 연임은 물론 차기 회장 후보로의 가능성에도 걸림돌이 되면 안된다. 이에 강 대표 역시 다각도에서 반등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하고 사업 준비에 전력을 쏟아붓는다. 관련 전산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개발 완료했고 모험자본 투자잔고를 1조원 이상 유지하고 있다. 무보증 후순위 채권을 발행해 재무안전성 또한 높였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다음주 관련 실사가 예정돼 있다.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모험자본 투자, IB, S&T 등 다방면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각 사업부 간 시너지를 통한 성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WM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혁신 Growth팀도 신설했다. 혁신 Growth팀은 리서치·IT·마케팅·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전문인력 4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TFT다. 각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업한다.

이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동시에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해 현장 부담을 줄이고 성과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직 설립 이후 디지털PB센터 혁신, 영업점 모니터링 강화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향후 연금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유관 부서와 협업할 계획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자산운용 CEO 연임 추천을 시작으로 인선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14곳 중 7곳의 CEO가 연말 임기를 마치고 연임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3년째 증권사 대표와 지주 사내이사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강성묵 대표. 누구보다 하나증권의 역할론에 대해 잘 이해하는 그가 남은 하반기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나증권 1호 영업맨'으로 현재 곳곳에서 뛰고 있는 강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에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