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으면서 아파트 거래가 실거주 목적에 한정되자, 규제를 피한 연립·다가구·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갭투자 여지가 남아 있는 가운데, 실수요 중심의 청년층과 투자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과 주거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모습. (사진=연합)

■ "갭투자 막았지만 연립·다가구는 예외"…틈새 투자 문의 늘어

정부는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분당·수정·중원)·안양 동안구·용인 수지·하남 등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해당 지역의 아파트 매입은 토허제 적용으로 2년 실거주가 의무화됐지만, 단지 내 아파트가 포함되지 않은 연립·다가구·단독주택은 실거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재개발 추진 중인 빌라나 역세권 다가구 주택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서울 한 공인중개사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지정되지 않은 빌라의 경우 토허제 적용을 받지 않아 전세 끼고 살 수 있는지 등의 문의가 대책 이후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전날(16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과 달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보합(0.00%)에서 0.11% 상승으로 전환됐고, 전세도0.02%에서 0.07%로 상승했다. 월세는 0.53%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2025년 3분기 전국 오피스텔 동향 중 서울이 보합에서 0.11% 상승했다. (자료=한국부동산원)

부동산원은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주택 대체재로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청년층과 1인 가구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실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규제 강화 이후 투자자금이 함께 유입되면서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거주자들이 비아파트로 밀렸지만, 다시 투자자들도 몰리면서 매매와 전세 구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 "규제 피한 영역으로 자금 이동"…실수요자 부담 커질 수도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실수요자 주거 공간인 동시에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임대료와 전세금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차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돼 4분기 거래가 둔화될 것"이라며 "비규제지역이나 외곽 지역 등으로의 풍선효과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를 피한 비아파트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면 "규제 완화 지역이나 틈새 자산으로의 이동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액별 대출 차등화와 토허제 지정으로 상급지 갈아타기와 아파트 갭투자에 제동이 걸렸다"면서 "상급지 진입이 막힌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연립·다가구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규제가 덜한 연립, 오피스텔 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릴 것으로 우려했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 등의 임대료와 전세금이 상승하고 결국 청년층이나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정부 간 엇박자에 시장 혼란도…비주택 LTV 여전히 70%

한편, 정부는 10·15 대책에서 "토허구역 지정 지역의 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 LTV를 70%에서 40%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금융위원회 감독규정이 바뀌지 않아 비주택 LTV는 여전히 70%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선 부처 간 조율 없이 발표가 이뤄지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