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핵심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다.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 중심의 시장 안정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대출 규제가 현금 부자만 남기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를 열고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허구역으로 새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중원)·광명·수원·용인 등 남부 주요 지역까지 규제 사정권에 들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
■ 서울 전역 토허구역 지정…"투자 목적 거래 사실상 봉쇄"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서울 전 25개 구와 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그리고 토허구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는 갭투자나 전세 끼고 매입하는 거래가 전면 불가능하고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된다.
특히 이번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까지 토허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실수요 중심 거래만 가능하도록 시장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다.
또 새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들은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함께 적용받게 됐다. 이는 재건축 사업의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 15억 초과 주택엔 4억 한도, 25억 이상은 2억까지…대출 규제 강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축소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처럼 6억원까지 가능하지만, 15억~25억원 사이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한도가 절반 이상 줄었다.
예컨대 시세 20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들며 초고가(25억 초과)는 사실상 현금 부자만 접근 가능한 구조가 됐다.
더불어 서울·수도권 규제지역 내 스트레스 금리(대출 심사 시 적용하는 가상 금리)가 1.5%→3%로 상향 된다. 이는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조치지만 대출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적용돼 임차인의 전세대출 이자상환액이 본인의 DSR에 반영된다. 실거주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밖에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도 15%에서 20%로 올려 시행 시점을 내년 4월에서 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을 줄여 시장 전반의 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세제도 손본다…"보유세 강화·거래세 조정 검토"
정부는 세제 개편 을 통한 수요 억제책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구체적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유세 강화·거래세 조정·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기와 순서 등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 검토할 것"이라며 "연내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TF 논의를 거쳐 보유세·거래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대출·세제·정비사업 등 시장 전방위에서의 억제 조합책 으로, 단기적 수요 차단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 공급 확대 병행…9·7 대책 속도, LH 직접시행 연내 구체화
정부는 규제 강화와 동시에 공급 확대 정책의 속도전도 예고했다. 앞서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연내 확정하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택지 공급 계획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도심 내 노후청사·국공유지 활용형 주택공급, 신축 매입임대 7000가구 공급, 서울대 야구장·위례 업무용지 예타 면제 후 부지 매입,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4000가구 공공주택 공급 등이 포함된다.
또한 수도권 내 신규 택지 3만가구 입지 발표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1만 가구 착공(2026~27년) 계획도 병행 추진된다. 정부는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의 투트랙 접근으로 시장 안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 "단기 진정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양극화·거래절벽 우려" 지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과열 진정 효과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가격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지는 반면, 현금 부자만 시장에 남게 된다"며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과는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는 투기 억제 목적이지만 실거주 이동이 필요한 서민층까지 일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규제지역 확대는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풍선효과나 자금 쏠림으로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만 현재는 과거처럼 투자 심리가 뜨겁지 않아 전국적인 폭등세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