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에 울고 웃던 시대는 지났다.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새로운 전환점이 되면서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뷰어스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부문 전문가들을 만나 현재 시장에 대한 진단, 대고객 전략 등을 물었다.
(사진=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KB증권 제공)
완벽한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현대증권 합병(2017년) 당시 불과 12조원 수준이던 고객 자산은 80조원을 넘어서는 폭발적 성장을 거뒀고 자산관리(WM)부문의 영업이익은 퀀텀점프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며 대형 3개사를 바짝 추격 중이다. 단순 브로커리지 시대를 넘어 WM 체계로의 전환에 빠르게 성공하면서 KB증권 자체 경쟁력 강화는 물론 KB금융지주의 자산관리 경쟁력을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은 이 같은 성과의 첫번째 이유로 조직의 높아진 실행력을 꼽았다. 대다수 기업들이 항존하는 해답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현장에 어떻게 그려내고 작동하게 하는지 역량의 차이가 곧 경쟁력이 된다는 얘기다.
“전략이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에서 고객과 접점이 없다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전국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시장 이슈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투자전략 세미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지원 등을 강화하면서 전략, 실행, 성과의 선순환 구조가 포텐을 터뜨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KB증권의 노력은 구체적이면서도 치밀했다. 가장 먼저 현장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평가지표(KPI)부터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뜯어고쳤다.
이 전무는 “PB들도 단기 성과가 아니라 고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관리, 중장기 수익률, 리스크 대비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했다”며 “이는 무리한 상품 판매를 억제하고 고객 자산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체계를 확립하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상당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브로커리지에 매몰돼 있던 프라이빗뱅커(PB)들의 시선을 WM로 돌리기 위한 대면, 비대면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올해 6회에 걸쳐 진행된 주말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PB만 380여명에 육박한다. 이 전무는 “조직 문화가 상당히 좋다”며 직원들의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의지가 성장의 중심에 있음을 자랑했다.
시스템 전환은 현장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 나타난 금리 상승기 당시 채권 비중을 발빠르게 늘렸던 KB증권은 올해 초부터 다시 증시 회복에 대비해 주식형 자산의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실제 KB증권의 주식형 사모펀드 판매 규모는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을 기록했고 고객들은 KB증권의 자산 포지셔닝에 ‘합격점’을 줬다.
그밖에도 로우 티어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가 하면 리서치센터의 하우스뷰를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투명하게 정비하면서 한발 앞선 자산관리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는 제반의 환경이 완성됐다.
■ IB협업에 큰손 고객까지 '확장 전략' 지속
KB증권 WM 부문의 질적 성장을 가늠하는 지표들은 모두 두자릿수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2022년 1492억원 수준이었던 WM 영업이익은 2년 만에 3293억원까지 불어나며 120%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3619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성과를 뛰어넘은 상태다. 5개년 WM부문 연평균 성장률(CAGR)은 수익, 자산, 개인자산 기준 모두 20%대를 기록 중이다.
KB증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객층을 더욱 확장해나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중에도 기업금융(IB)와의 협업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KB증권은 올해도 IPO 시장에서 리그테이블 1위를 기록하며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2023년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당시 KB증권은 신규 및 휴면고객들에게 특판 발행어음 등을 제공하면서 신규 고객의 KB고객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단번에 100만명이라는 고객이 유입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전무는 “IB딜에서도 WM과 IB부문이 체계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명인제약을 관리하던 PB가 IPO 니즈를 포착하고 IB 소개 및 협업으로 17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며 성공적인 IPO를 이뤄냈듯이 KB증권의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한 종합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 홍콩에서 초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이 전무의 노하우 역시 KB증권에 하나둘씩 옮겨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GWS본부를 신설하면서 이 전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이 전무는 “각 계층의 요구와 복잡성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금융상품 제안을 넘어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인 관계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KB증권 제공)
■ "조정시 주도주 편입...내년 하반기 이후 인플 모니터링해야"
이 전무는 현재 증시와 관련해 “당분간 우호적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주요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의지에 더해 AI 밸류체인 기업들의 이익성장성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투자 시장으로 자금 유입과 자산시장 랠리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무는 “투자의 생활화가 이뤄지면서 내 리스크를 어떻게 배분하고 나의 투자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 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미 똑똑해진 투자자들이 쏠림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분산하는 흐름이 많이 보이고 있지만 개인 맞춤형 투자 형태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증시가 변동성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단기 급등 장세로 인해 조정이 있다면 시장의 변곡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존 주도주를 편입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 역사적으로 모든 버블 붕괴의 촉발 요인은 ‘긴축’이었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된다면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전무는 그 시기로 “내년 하반기 이후”를 예상하며 “자산가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 및 채권 가격 동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