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에 울고 웃던 시대는 지났다.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새로운 전환점이 되면서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뷰어스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부문 전문가들을 만나 현재 시장에 대한 진단, 대고객 전략 등을 물었다.

(사진=지난 21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부사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제공)


“증권사의 위상과 역할론이 상당히 달라질 겁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옵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부사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증권사에 무조건 발을 담궈놓으라”는 것이다. 그는 국내 증시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최근 뷰어스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자본 활용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증권사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1조원대 이익을 내는 증권사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본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신호들이 한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자 예탁금이 각각 25조, 80조원을 돌파했고 외국인 투자금, 발행어음과 RP, 국채시장 잔고는 모두 사상 최고치 수준”이라며 “반면 매년 100조원씩 늘어나던 은행 예금의 증가폭은 올해 44조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이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수급에 따른 증시 상승이 지수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일시적 효과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현재 시장이 수급에 따른 효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 등에서 정책 효과가 지속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배까지 갈 수 있다면 코스피지수는 논하기도 민망한 6000이란 숫자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 경기가 안 좋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예전의 제조업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맞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 역시 평범한 직장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정도로 가격을 돌림해준다면 주식시장을 통해 5년 안에 그 자금을 만들어보자는 희망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30억 오너 시장 공략...IB·인프라 '업계 최고' 경쟁력

유례없는 증시 호황 속에 NH투자증권 리테일 부문도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올해 연간 경상이익 목표치를 20% 초과 달성하며 리테일에서만 4000억원대 성과를 목전에 뒀다. 30억원 이상 거액자산가 시장에서의 성장률도 업계 최고 수준. 리테일 부문이 살아나면서 NH투자증권의 기울었던 무게추가 완벽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이 부사장이 거액자산가, 그 중에도 30억원 시장을 공략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거액자산가 시장에 동일한 전략으로 접근하기보다 다양한 니즈가 있는 기업 고객들에게 NH투자증권 최대 강점인 IB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승부를 보겠다는 것.

그는 “오너 고객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폭이나 시너지는 그 어떤 경쟁사보다 많다”며 “오너 고객들의 자금 조달을 위한 CB발행부터 대주주들을 위한 대차 서비스는 물론 기업공개(IPO) 등까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서 NH증권만의 강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실제 3년 전 1600명 수준이던 30억원 이상 고객 수는 현재 두배 가량 많은 3254명까지 늘고 성장률 측면에선 업계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1년 10월 첫 선을 보인 패밀리오피스 역시 약 2년 만에 3.5배 가량(47가문→223가문) 늘었다.

(사진=지난 21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부사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제공)


리테일 성장을 위한 인프라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오프라인 지점 축소 기조와 맞물려 경쟁사들의 프라이빗뱅커(PB) 수가 평균 200~300명 안팎인 반면 NH투자증권은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589명)를 유지한다. 타사에서 은퇴한 60대 이상의 노련한 PB들은 물론 신입 및 경력 PB 역시 수는 꾸준히 늘리면서 자산시장 곳곳으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리서치센터도 경쟁력 중 하나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했고 올해 3, 4월부터는 삼성전자도 포지션을 확대하면서 고객 자산을 늘리는 효과도 있었다”며 “모든 조직이 함께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잠재력 있는 고객들을 꾸준히 유입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IMA 통해 1금융권으로서 역할 기대"

NH투자증권은 현재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8조원이라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7월 농협금융지주로부터 6500억원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IMA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부사장은 “NH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A+로 경쟁사들 대비 가장 높고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요인들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IMA가 단순히 증권사의 수익 확대를 위한 상품보다는 사회적 역할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이 부사장은 “증권사 입장에선 만기 시점에 투자시장에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원금을 보장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중도 환매가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 완전한 상품이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모험자본 투자를 통해 기업으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증권사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고, 원금 보장형인 만큼 이 시기를 거치면서 증권사가 은행을 넘어 제 1금융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선 밸류에이션으로 평가하면서 국내에선 농협 계열사라는 이유로 NH투자증권의 탄탄한 성장성과 배당 대비 저평가되고 있다”며 “어느 순간 빛을 발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