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경영진이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유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올 한해 통신 업종은 해킹 사태로 촉발된 보안 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통신 3사 모두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으며, 이 와중 시행된 단통법 폐지는 기대 이하의 효과를 냈다. 그럼에도 AI 수요 폭증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 잇따른 유출 사고에…'보안 리스크' 급부상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 유심칩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해커가 SK텔레콤 서버에 침입해 가입자 2300만명의 전화번호, 가입자 식별번호(IMSI) 등 유심정보 25종을 탈취했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SK텔레콤의 보안 관리 부실이 확인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약 135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 서비스는 이용자와 직접 맞닿은 영역인 만큼 사회적 여파는 한층 컸다.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자 SK텔레콤은 사과와 함께 통신 요금 감면 등을 포함한 '고객감사패키지'를 내놨고, 해지 위약금도 면제했다.
이로 인한 실적 여파도 상당했다. 지난 3분기 SK텔레콤의 매출은 3조9781억원, 영업익 48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2%, 90.9% 줄었다. 가입자 이탈 및 보상안·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 집행의 영향이다.
유출 사고는 다른 통신사에서도 발생했다. 9월에는 KT가 불법 소형기지국(펨토셀) 해킹으로 무단 소액 결제가 이뤄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총 368명이 2억원이 넘는 금전적 피해를 겪었다. KT는 정보 유출이 확인된 2만2227명을 대상으로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고, 전 가입자 대상으로 유심 무료 교체를 시행 중이다. 관련 여파는 4분기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에서는 지난 2일 AI 서비스 '익시오(ixi-O)'에서 이용자 36명의 통화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커로 인한 사고는 아니지만, 운영 개선 작업 과정에서 캐시(임시 저장 공간) 설정 오류로 일부 이용자의 정보가 다른 이용자 101명에게 일시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해당 사실을 자진 신고한 상태다.
통신사들은 보상금 지급과 수장 교체, 보안 조직 개편으로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유영상 대표가 물러나고 법조인 출신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임명했다. 또 보안 컨트롤타워를 전면 재편, 신설된 통합보안센터를 중심으로 4개 실조직을 꾸려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KT는 김영섭 대표가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며 수장 교체 수순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기존 체제에 재무·인사 등 내부통제를 총괄할 부사장 인선을 단행했다.
통신 3사 CI. (사진=각 사 홈페이지)
■ 단통법 폐지 영향은 없었다…AI 데이터센터 먹거리에 집중
지난 7월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상한 규제가 풀렸으나, 통신요금 하락은 기대 이하였다. 공통지원금은 폐지 이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고 추가지원금 한도 해제에도 통신사들은 시큰둥했다.
해킹 사태로 마케팅 예산이 위축돼 경쟁에 미온적인 것도 있지만, 국내 통신 단말기 시장의 구조적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애플이 경쟁하는 구도지만, 정작 애플은 국내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통신 보조금은 통신사·제조사가 함께 분담하는 방식인데, 제조사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기에 경쟁이 발생할 유인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의 고전에 각 사는 AI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올해 들어 AI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전사적 AI 전환을 추진 중이다.
통신 3사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3분기 합산 매출 502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27% 급증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은 AWS와 울산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오는 2030년까지 누적 300MW로 확장하고, KT도 김포, 평촌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증설해 중장기적으로 500MW 이상의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오는 2027년 파주에 50MW급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늘어난 데이터센터 인프라만큼 관련 전력 수급도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통신사들은 각자 에너지 안정성·친환경 설계로 센터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관련 평가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