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테레콤 가산 AI DC에 구축된 B200 클러스터 '해인'의 모습. (사진=SK텔레콤)
3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통신3사가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통신업의 정체, 해킹 사태 등 악재 속에서도 새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합산 영업이익(7483억원)은 5년 만에 1조원 아래로 급감했다. 최근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 과징금 및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다.
SK텔레콤의 타격이 제일 컸다.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4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348억원의 과징금, 고객 감사 패키지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보상안이 집행된 결과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해킹 여파가 4분기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무단 소액결제로 인한 고객 피해, 서버 해킹 사고 이후 전체 고객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진행 중이다. 관련 교체 비용은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APPM 서버 해킹 의혹이 제기되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3사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를 실적 회복의 반등키로 점찍은 모양새다. 통신 부문의 성장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AIDC 사업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는 3사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3분기 3사의 AIDC 총 합산 매출은 501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7.3% 성장했다. 각각 SK텔레콤 1498억원, KT 클라우드 2490억원, LG유플러스 1031억원 순이다.
데이터센터(IDC)는 기업의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인프라로, 지난 몇년 간 산업계의 무게추가 AI로 기울면서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로 발전하고 있다. AI 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한 GPU 클러스터, 초고속 네트워크 등 고성능 연산 환경을 보유한 AIDC가 필수적이다.
현재 3사는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인프라 증설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약 7조원을 들여 울산에 GPU 6만장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오픈AI와도 협력해 서남권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으로, 향후 자체 GPU 클러스터 '해인(Haein)'을 중심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삼성SDS 컨소시엄에 합류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에 참여하며, 오는 2030년까지 320MW 이상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KT는 경북센터를 비롯해 목동·분당 등 전국 15개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파주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해당 센터에 오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액침 냉각 등 차세대 냉각기술을 적용, GPU 운용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평촌2센터의 2·3단계 증설도 병행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돌입했다.
증권가에서는 3사가 내년 AIDC 합산 연 매출 2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AI 사업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원년"이라며 "신규 데이터센터 개소에 기반한 데이터센터 수익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중장기적으로도 마진이 높아 수익성 증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