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한해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연말연시 선택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다. 방탄소년단은 뉴욕의 새해맞이 라이브 쇼 ‘딕 클락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 위드 2020’(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2020, 이하 ‘뉴 이어스 로킹 이브’) 출연을 알리며 30일 출국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활동은 이제는 큰 관심꺼리도 아니지만, 여기에 연말 개최 방송사별 가요 결산 프로그램 출연 여부가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31일 ‘가요대제전’을 개최하는 MBC가 그 달라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일정으로 인해 연말 가요 축제에 불참하는 유일한 지상파이자, 멜론뮤직어워즈나 ‘Mnet 아시안뮤직 어워즈와도 비교 대상이 된 셈이다.

‘가요대제전’에 방탄소년단 불참 소식이 들려온 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신인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자회사 걸그룹 여자친구의 ‘가요대제전’ 출연이 불발됐다. 당연히 추측 가능한 상황은 방탄소년단의 해외 선택에 따른 MBC의 보복성 대응이라는 것이다.

MBC측은 이를 부인하며 “‘가요대제전’ 출연 여부는 담당 PD가 콘셉트에 맞춰 정한다”는 입장이다. 예상됐던 내용이다. 설사 진짜 ‘보복성’이라 하더라도, 대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MBC 입장대로라면, 31일 방송에서 담당PD의 ‘가요대제전’ 콘셉트는 색깔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출연 문제를 놓고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간의 힘겨루기 전통은 오래됐다. 2011년 빅뱅의 ‘뮤직뱅크’ 출연 분량을 놓고 YG엔터테인먼트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그해 KBS 연말 가요 시상식에 빅뱅은 불참했다. 결국 YG는 SBS 프로그램만 출연하는 것으로 KBS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는 2015년 지누션에 이어 빅뱅이 ‘뮤직뱅크’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며 어느 정도 무마됐다. 

SM엔터테인먼트와 Mnet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SM은 시상식 공정성 등 불만을 제기하며 2008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 소속 가수들을 불참시켰고, 이에 Mnet은 SM과 전속계약 갈등이 있었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를 시상식에 초청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Mnet을 2년간 보이콧했다. 

당시 KBS와 Mnet 관계자들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PD들의 고유 영역”이라며 특정 소속사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 받았다. 

MBC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기 싸움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빅히트가 MBC에 출연 불발에 따른 만회 제안을 할지, MBC가 방탄소년단의 입장과 입지를 고려한 자리를 따로 마련할지, 아니면 SM이나 YG때와 비슷하게 장기간 대립각을 세울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