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사진=김성준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식품업체들은 1분기에 잇달아 축포를 쏘아 올렸다. ‘K-푸드’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 사업 부문에서 거둔 성과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수출국을 다변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한 것이 성장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은 지난 1분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것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8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무려 235% 증가했다. 국내 식품업체 대표 주자인 CJ제일제당도 식품사업부문에서만 1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보다 37.7% 증가한 수치다. 식품 매출도 2조8315억원으로 2.6% 성장했다. 이 밖에도 오리온 1251억원(26.2%), 오뚜기 732억원(11.9%), 대상 477억원(91.5%), 롯데웰푸드 373억원(100.6%). 빙그레 211억원(65.2%) 등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식품사들의 화두가 수익성 개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수익성 개선의 원동력은 해외 사업이었다. 일찌감치 해외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한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된 셈이다. ‘한류 열풍’ 덕분에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K-푸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식품업계 돌파구도 ‘수출’, 시장 다변화가 폭발적 성장 이끌어 호주 시드니 근교 울워스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비비고 김밥'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식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해외 사업 진출국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국내 식품업체는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점차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전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진 못하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 내수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서도 다수 기업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다변화된 해외 시장의 역할이 컸다. 식품업계에서 이례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양식품을 살펴보면, 1분기 미국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0% 증가한 760억원이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매출 927억원에 맞먹을 정도로 미국 시장 비중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기존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도 매출이 급증하면서 예상치를 한참 웃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글로벌전략식품(GSP)’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자회사 ‘지상쥐’를 매각하는 등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지만, 새롭게 공략하고 있는 유럽과 호주 지역 매출은 각각 45%, 70% 증가했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 등 제과업계도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주목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상은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며 북미·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류 문화 인기에 힘입어 ‘K-푸드’ 입지가 강화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신규 국가에 진출하는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전통적으로 가공식품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일본이나, 식문화 자체가 한국과 크게 다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류’로 낮아진 수출 문턱에 중국 의존도↓…“신흥국 시장 이제 시작” 롯데웰푸드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 전경. 올해 초 롯데웰푸드는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현지 생산을 위해 한화 약 330억원 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사진=롯데웰푸드 통상적으로 식품산업은 현지 업체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다. 식문화와 정서가 이질적인 만큼 진입장벽도 높아 해외 업체가 시장에 자리 잡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기회가 됐다. 한류가 세계로 퍼지면서 ‘K-푸드’도 다양한 국가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다. 해외 시장은 국내시장 대비 큰 규모와 높은 성장성, 비교적 자유로운 가격 책정 등으로 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만큼 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일찌감치 ‘한류’가 유행한 중국과 일본이 주요 수출국이었다. 특히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 덕분에 식품업체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었다. 실제로 발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장을 거듭한 오리온은 식품업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분기 오리온 전체 매출에서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하지만 ‘사드 보복’과 ‘한한령’,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을 부채질했고, 식품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업체들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수출 시장 다변화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아직 대중 수출은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상대적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집계한 농림축산식품 수출 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미 농식품 수출 금액은 4억7900만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국 수출 금액이 전년동기대비 15.9%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1.8% 감소하며 일본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비교적 낮은 소득 수준에도 성장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시장 규모는 물론, 평균 연령도 낮은 ‘젊은 시장’이라는 점 덕분이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한국 음식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신규 수출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점쳐볼 수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수출 시장이 다변화된다는 것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성장 가능한 포텐셜이 몇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확실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면 ‘깜짝 실적’이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도 거침없는 ‘K-푸드’, 시장 다변화가 성장 이끌었다

1분기 식품업체 실적 예상치 상회…삼양식품 ‘어닝 서프라이즈’
‘수출 효자’ 자리매김한 식품산업, 시장 다변화가 급성장 열쇠
‘한류’가 수출 문턱 낮춰…중국 넘어 미국·신흥국 적극 진출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5.21 07:00 의견 0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사진=김성준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식품업체들은 1분기에 잇달아 축포를 쏘아 올렸다. ‘K-푸드’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 사업 부문에서 거둔 성과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수출국을 다변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한 것이 성장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은 지난 1분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것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8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무려 235% 증가했다.

국내 식품업체 대표 주자인 CJ제일제당도 식품사업부문에서만 1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보다 37.7% 증가한 수치다. 식품 매출도 2조8315억원으로 2.6% 성장했다. 이 밖에도 오리온 1251억원(26.2%), 오뚜기 732억원(11.9%), 대상 477억원(91.5%), 롯데웰푸드 373억원(100.6%). 빙그레 211억원(65.2%) 등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식품사들의 화두가 수익성 개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수익성 개선의 원동력은 해외 사업이었다. 일찌감치 해외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한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화된 셈이다. ‘한류 열풍’ 덕분에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K-푸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식품업계 돌파구도 ‘수출’, 시장 다변화가 폭발적 성장 이끌어

호주 시드니 근교 울워스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비비고 김밥'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식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해외 사업 진출국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국내 식품업체는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점차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전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진 못하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 내수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서도 다수 기업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다변화된 해외 시장의 역할이 컸다.

식품업계에서 이례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양식품을 살펴보면, 1분기 미국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0% 증가한 760억원이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매출 927억원에 맞먹을 정도로 미국 시장 비중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기존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도 매출이 급증하면서 예상치를 한참 웃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글로벌전략식품(GSP)’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자회사 ‘지상쥐’를 매각하는 등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지만, 새롭게 공략하고 있는 유럽과 호주 지역 매출은 각각 45%, 70% 증가했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 등 제과업계도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주목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상은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며 북미·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류 문화 인기에 힘입어 ‘K-푸드’ 입지가 강화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신규 국가에 진출하는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전통적으로 가공식품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일본이나, 식문화 자체가 한국과 크게 다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류’로 낮아진 수출 문턱에 중국 의존도↓…“신흥국 시장 이제 시작”

롯데웰푸드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 전경. 올해 초 롯데웰푸드는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현지 생산을 위해 한화 약 330억원 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사진=롯데웰푸드

통상적으로 식품산업은 현지 업체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다. 식문화와 정서가 이질적인 만큼 진입장벽도 높아 해외 업체가 시장에 자리 잡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기회가 됐다. 한류가 세계로 퍼지면서 ‘K-푸드’도 다양한 국가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다.

해외 시장은 국내시장 대비 큰 규모와 높은 성장성, 비교적 자유로운 가격 책정 등으로 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만큼 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일찌감치 ‘한류’가 유행한 중국과 일본이 주요 수출국이었다.

특히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 덕분에 식품업체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었다. 실제로 발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장을 거듭한 오리온은 식품업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분기 오리온 전체 매출에서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하지만 ‘사드 보복’과 ‘한한령’,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을 부채질했고, 식품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업체들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수출 시장 다변화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아직 대중 수출은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상대적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집계한 농림축산식품 수출 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미 농식품 수출 금액은 4억7900만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국 수출 금액이 전년동기대비 15.9%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1.8% 감소하며 일본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비교적 낮은 소득 수준에도 성장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시장 규모는 물론, 평균 연령도 낮은 ‘젊은 시장’이라는 점 덕분이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한국 음식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신규 수출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점쳐볼 수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수출 시장이 다변화된다는 것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성장 가능한 포텐셜이 몇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확실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면 ‘깜짝 실적’이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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