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트룩시마와 짐펜트라.사진=셀트리온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개발하고 지난해 단일 품목 매출 1조 자리에 올려놓은 셀트리온이 램시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트룩시마와 짐펜트라 등 제2의 램시마 키우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셀트리온그룹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은 비교적 사업 초기 시장에 진입한 램시마(정맥주사), 트룩시마, 허쥬마 등 3개 기존 제품과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스테키마, 램시마SC(미국명 짐펜트라) 등 출시 시기가 늦은 후속 제품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이 중 트룩시마와 짐펜트라를 램시마를 이을 1조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특히 램시마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바꿔서 출시한 짐펜트라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글로벌 시장서 견조한 점유율 유지

출처=셀트리온 2024년 4분기 IR자료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한 세계 최초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이자 선발 제품인 램시마에 이어 유럽에 진출한 셀트리온의 두 번째 항체바이오시밀러다. 트룩시마 출시 이전 리툭산의 글로벌 연매출은 8조원에 달하는 초특급 블록버스터였다.

2017년 2월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4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트룩시마는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며 출시 1년 만에 유럽 주요 5개국(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의 평균 점유율 36%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오리지널과 약효는 동등하면서도 가격은 70% 수준이고 출시 초기에 경쟁 바이오시밀러도 없었다는 점이 유효했다.

2019년 11월 미국시장에도 진출한 트룩시마는 발매 1년만에 점유율 20%를 돌파하는 등 유럽과 비슷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현재 트룩시마는 총 90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3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미 지역 각국에서 국가입찰 성과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미 주요국가의 트룩시마 점유율은 코스타리카 90%, 에콰도르90%, 과테말라 70% 등으로 압도적이다.

◆신약 짐펜트라, 美시장 점유율 확대 준비완료

출처=셀트리온 2024년 4분기 IR자료


짐펜트라 역시 램시마를 이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짐펜트라는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 치료제다. 유럽에서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로 허가받았으나 미국에서는 제형의 차별성을 인정받아 2023년 10월 신약으로 승인받았다. 신약으로 승인 받은 만큼 미국에서 2038년까지 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업계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 사업 기반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올해 짐펜트라의 성장세에 날개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을 확보한 데 이어 TV와 OTT 등을 통해 짐펜트라 광고를 미국 전역에 송출하면서 처방의, 보험사, 환자 등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이해관계자 모두를 공략하고 있다.

짐펜트라가 주력하는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36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5.8%씩 성장해 2032년에는 6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출시 2년 차인 올해부터 타깃 환자 처방률을 10% 이상 달성해 짐펜트라를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 시장의 특성상, 정기적인 병원 방문 없이 어디서든 간편하게 자가투여가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미국 내 환자 및 의료진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염증성 장질환(IBD)의 대표적인 질병인 궤양성 대장염(UC) 및 크론병(CD) 환자 중 바이오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약 46만명에 달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는 향후 북미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우호정책에 따라 지속적인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며 짐펜트라는 신약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만큼 기존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판매가격 설정이 가능해 셀트리온의 매출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신약, 바이오시밀러, CDMO 등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나가면서 글로벌 빅파마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