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당뇨 신약 듀비에. 사진=종근당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듀비에(당뇨병 치료제)'는 '제약 명가' 종근당이 오랜 기간 '혁신신약 개발'에 방점을 찍고 지난 2014년 시장에 내놓은 자체개발 2호 신약으로, 연구개발(R&D) 중심의 완전한 체질개선을 향해 쏘아올린 신호탄으로 꼽힌다. 그리고 10년. 듀비에는 최근까지 개발 성과가 확인되면서 추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품목군도 확장하는 등 '신약 개발 제약사'로 향해가는 종근당을 완성형으로 만들고 있다.
7일 종근당에 따르면 듀비에는 체내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혈당 강하 작용이 제대로 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약물로, 지난 2013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2014년 2월 시장에 출시됐다. 듀비에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강제로 분비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정상보다 줄어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다른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저혈당 등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개발 초기 종근당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선정했다. 제2형 당뇨병은 서구화된 식습관 등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며, 이 중 74.7%는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비만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고혈압, 고지혈증, 죽상동맥경화증 등 만성 합병증을 동반해 이를 개선하는 약물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종근당은 지난 2000년 후보물질 탐색을 시작한 이후 13년 동안 약 25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으며 구조-활성 연구 등 의약화학과 약리, 독성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자체개발에 성공했다. 듀비에 개발을 위해 종근당은 글로벌 기업에서 임상을 통해 개발하다 부작용이 발생해 그만둔 유사물질의 사례를 집중 분석하며 개선의 여지를 찾았다. 개발 중에 유사물질이 방광암을 유발시킨다는 문제를 겪기도 했으나 2004년부터 총 10개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냈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 효과와 더불어 중성지방 등 혈중 지질 개선 효능도 보여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듀비에는 개발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R&D 비용을 지원 받기도 했다. 2014년 출시 이후 듀비에는 2016년 처음으로 블록버스터(매출 100억원 이상)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까지 100억원 밑으로 매출이 떨어진적이 없다.
출시 이후에도 임상을 진행해 지난 2015년에는 죽상동맥경화증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6년에는 비알콜성지방간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지방간 개선과 혈당강하 효과를 입증했다. 2017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약물치료 경험이 없던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 시타글립틴 등 당뇨병 치료제와 듀비에를 함께 처방한 12개월 추적관찰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 연구를 통해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초기부터 각 성분이 상호 보완작용을 하는 3제 요법을 시행했을 때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듀비에 기반 복합제와 기술수출로 향후 10년 내다봐
듀비에로 입증된 종근당의 신약개발 기술은 듀비에의 복합제 개량신약 ‘듀비메트서방정’으로 이어졌다. 종근당은 2017년 특허출원한 자체 기술로 듀비에의 주성분인 로베글리타존과 당뇨병 치료에서 1차 약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메트로포민을 복합한 듀비메트서방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듀비메트서방정은 메트포르민 단독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초기 당뇨병 환자들과 로베글리타존과 메트포민 두 가지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장기간 효과적인 혈당관리를 해줄 수 있는 제품이다.
듀비에를 기반으로 한 라인업 확장은 출시된 지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다음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2023년 5월 듀비에와 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을 섞은 3제 복합제 ‘듀비메트에스’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았으며 같은해 6월에는 듀비메트에스에서 메트포르민을 뺀 2제 복합제 듀비에에스를 허가받으며 듀비에 패밀리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듀비엠파’와 ‘듀비엠폴’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두 제품 모두 듀비에를 기반으로 한 당뇨병 복합제로 듀비엠파는 TZD 계열 로베글리타존에 SGLT-2 억제제 계열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이 더해진 2제 복합제다. 듀비엠폴은 여기에 메트포르민이 추가된 3제 복합제다.
품목허가를 받으면 올해 10월 이후 시장에 발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약물의 주성분인 엠파글리플로진의 특허가 올해 10월 만료되면 이 시기에 맞춰 제품을 발매한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특히 로베글리타존과 엠파글리플로진을 결합한 복합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조합으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 신약개발 회사 아클립스 테라퓨틱스가 듀비에를 위무력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종근당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을 통해 종근당은 듀비에 자료 및 특허를 아클립스에게 독점적 권한을 넘기고 아클립스는 제품 개발 및 생산, 허가 및 상업화(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제외)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무력증은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배출 지연되는 운동성 장애 질환으로 현재 미국 약 60만명의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관계자는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당뇨병 시장을 비롯해 성인별 질환 관련 시장들이 계속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여러 합병증이 있을 수 있어 한 가지 약물로 해결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복합제 등으로 당뇨병 치료제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