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스퀘어 전경.사진=HK이노엔

역류성 식도염 신약 케이캡으로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HK이노엔이 시장성이 높은 GLP-1 비만신약에 도전장을 내놨다. HK이노엔은 비만신약과 함께 아토피와 항암제까지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착실히 마련하는 모습이다.

15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IN-B00009(성분명: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IN-B00009는 HK이노엔이 2024년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물질이다. 현재 HK이노엔은 해당 물질의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IN-B00009를 케이캡을 이을 대형신약으로 키우기 위해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만 치료제 역시 가장 주목받고 있어서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190억3700만달러(한화 약 26조5813억원)로 연평균 14.4% 성장해 2028년에는 373억6710만달러(한화 약 52조1457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IN-B00009는 위고비와 같은 주 1회 피하주사 투여하는 약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26주 투여 시 안전성 및 리라글루티드(제품명 삭센다)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중국에서 진행된 현지 비만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도 위약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케이캡' 이을 혁신 신약개발 '순항중'

HK이노엔의 신약 개발 역량은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허가를 받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지난해 1969억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신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케이캡은 매출 475억원을 기록, 특히 수출 매출이 196.1%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안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HK이노엔이 케이캡을 이을 후발 신약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비만약과 함께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 역시 개발 순항중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전 세계 성인 중 약 3~7%의 유병률을 보이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 연간 약 97만 명의 환자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았다. 지난 3월 HK이노엔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JAK 억제제 계열 자가면역질환 신약 ‘IN-115314’의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HK이노엔은 ‘IN-115314’를 경증에서 중등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위한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IN-115314’는 JAK-1 억제 계열 중 국내 최초로 바르는 제형(연고제)으로 개발 중이며 염증 부위에 국소적으로 작용해 JAK-1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기존 약물 대비 전신 흡수량이 적어 부작용 위험이 낮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장기 사용이 어렵거나 도포 시 화끈거림 등의 한계점이 언급되고 있다.

항암 신약 역시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2025)에서 'IN-122517'과 'IN-207039(SC2073)'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항암제 분야에서도 조금씩 결과를 내고 있다. 차세대 경구용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N-122517'은 HPK1 저해제로 T세포를 비롯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항암작용을 유도한다. 학회에서 HK이노엔은 대장암 동종이식모델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단독요법 대비 높은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병용투여 시 종양이 완전관해에 이르렀고 투여 중단 후에도 지속적인 면역 기억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IN-122517은 내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와 비소세포폐암 표적 항암제로 공동개발 중인 EGFR 분해제 IN-207039(SC2073) 연구결과도 공개했다. IN-207039(SC2073)는 정상 EGFR은 분해하지 않고 EGFR변이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기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성분명 오시머티닙)에 내성을 보이는 EGFR변이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에서 강력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양사는 내년 비임상 후보물질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자체 개발뿐 아니라 공동개발을 통해 다양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IN-B00009 역시 전세계적 질병인 비만 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K이노엔의 첫 번째 신약 케이캡은 HK이노엔이 2010년 일본 라퀄리아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개발한 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2019년 출시 이후 다음해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캡은 현재 기술 수출뿐 아니라 완제품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을 제외하고 해외 총 53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